[뉴스핌=조정한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6일 성명서를 내고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프레임에 정면으로 맞섰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전직 대통령의 선전포고로 해석되는 가운데,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보다는 '보복 정치' 논리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 대통령의 핵심 발언으로 꼽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보수 궤멸" "내게 책임을 물어라" 등에 대해 '정치적 발언'에 그칠 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맞먹는 '보수 세력 결집'을 끌어내기는 힘들 거라고 내다봤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보복정치' 규정...'보수 궤멸' 주장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교수는 18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보수의 재결집을 통해 현 정부와 대립하겠다는 메시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무게감을 생각한다면 좀 더 리더십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했는데, 성명서 내용이 자유한국당 논평 수준과 다를 게 없었다"면서 "보수 결집을 이끌었다고 보기는 조금 힘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보수 결집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선 대부분 물음표를 던졌다. 현실적으로 보수층을 대변하는 한국당에 친박(친박근혜)·친홍(친홍준표) 세력을 제외한 이 전 대통령 입장을 대변할 친이(친이명박) 인사들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아서다 .
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이 한국당을 탈당한 상태이고, 현재 친이 인사들의 숫자가 적어서 동력이 많지 않다"며 "한국당도 이 전 대통령을 구하려고 하기보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를 결집시키려는 하나의 모멘텀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盧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에 적지 않은 회오리를 불러 일으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을 운운한데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국정원 특활비 관련 의혹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만 정조준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달러 수수 의혹' 사건도 상당부분 불씨가 남아있다"고 반격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전날 "속된 말로 640만달러를 직접 받은 사람과 그 가족에 대한 조사도 안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그 돈이 70억이 넘는데 4억원을 대통령(MB)이 받았는지가 불명인데 보고했다는 것만으로 조사하는 것은 과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검찰수사 염두에 둔 정치적 발언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수사에 응하겠다는 말로 잠시 해석됐으나, 이 전 대통령 측이 선을 그으면서 정치권에선 알맹이 없는 '정치적 수사'로 보고 있다.
김 원장은 "자신들의 부하가 잡혀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정치적 발언으로 본다"고 했고, 김 교수와 황태순 정치평론가 또한 이에 공감했다.
실제로 2002년 대선에서 패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현 한국당)의 검찰 자진 출두 당시 "대선후보이자 최종책임자인 제가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제가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한 바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박계동 전 의원이 4000억원대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자 1995년 10월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 어떠한 처벌도 돌팔매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