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newspim

취임과 동시에 '시험대' 오른 파월, 증시는 '파월 풋' 기대하나

기사등록 : 2018-02-06 14:32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연준 의장 바뀔 때마다 출렁이는 증시
전문가들 "이번엔 '파월 풋'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제롬 파월 신임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 취임 첫날부터 뉴욕 증시가 가파르게 밀리며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주 금요일 666포인트가 밀리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5일(현지시각) 한때 낙폭을 1500포인트 이상으로 확대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84%가 치솟으며 역대 최대 일일 상승 폭을 기록했다.

잠자던 변동성이 깨어나자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채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794%로 5.8bp가 밀려 작년 9월 5일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도 즉각 금리 전망치를 조정했다. 지난주 99% 수준이었던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93%로 떨어졌다. 시장이 이처럼 술렁이자 투자자들은 향후 연준의 정책 행보와 증시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 1년 추이 (S&P500 지수:주황선, 다우지수: 파랑선, 나스닥지수:분홍선) <출처=블룸버그>



◆ 패닉 매도, 파월 때문?

이날 금융시장 패닉 움직임의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들이 제시된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이날 취임 첫날을 맞은 제롬 파월 연준 신임 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워드 매카시 제프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시장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그중 하나는 연준 신임 의장 취임 소식이었다”라며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언제나 시장 혼란 진화에 나선다는 인식이 만연했던 반면 파월 의장은 시장 움직임을 그대로 놔두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스튼 유니우스 J 사프라 사라신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시장 흐름이 극도로 이상했었다며 시장 퍼포먼스가 “인위적”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중앙은행들을 비판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시장을 미세 조정(micro-engineer)하려 해 인위적 흐름이 나타난 것”이라며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 등의 정책으로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짐 캐런 모건스탠리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 매도세가 파월 연준 의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월 변수가 시장 불확실성을 다소 더했을 수는 있지만 (그의 취임이) 완전한 서프라이즈라고 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매카시 역시 지난 시장 매도세 이후 장시간이 흘렀고 감세안도 변곡점이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고 있다는 다양한 신호들이 나오고 있어 금리 인상 불안을 촉발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연준 의장만 바뀌면 ‘출렁’?

사실 새 연준 의장이 취임했을 때 증시가 출렁이는 상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취임했던 1987년 나타났던 시장 붕괴가 대표적이다.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이 임기를 시작하고 2주 뒤인 8월 25일 대대적인 시장 매도세가 시작됐고 결국 그해 10월 19일 증시가 무너졌다. 그 해 12월 4일 시장이 바닥을 찍을 때까지 S&P500지수는 34.5%가 밀리며 약세장으로 진입했다.

지난 2014년 2월 3일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임기가 시작됐을 당시 시장은 이미 2주 가까이 매도 흐름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취임 첫 날 S&P500지수는 0.9%가 떨어졌다. 이후 진정되는가 싶던 증시는 같은 해 9월 18이루터 10월 15일까지 9.3%가 밀렸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취임 첫날인 5월 5일에는 S&P500지수가 2.2% 떨어졌고 이후 6월 13일까지 지수는 7.8%가 하락했다. 버냉키 임기 중이었던 2008년 금융 위기가 발생해 임기 첫날 매도세는 그나마 미약한 수준이었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79년 8월 임기를 시작해 그 해 10월 S&P500지수 매도가 시작됐고 11월 7일까지 11%가 밀렸다. 이듬해에는 20%가 더 떨어졌다.

샘 스토발 CFRA 수석 주식전략가는 이러한 (연준 의장 취임 초) 하락장은 시장에는 정상적인 것이며 연준 신임 의장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결과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이날 폭락장이 “1987년 매도세의 축소판인 듯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 '파월 풋'? 전문가들 “글쎄”

뉴욕 증시 급락이 아시아 등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된 가운데 파월의 연준 의장 임무 수행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 이후 기대보다 강력해진 미 경제 성장세와 높아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 인상 압력이 더해지고 있지만 금융시장 혼란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

제롬 파월 신임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잭 애블린 크리셋 자산운용 수석 투자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이 가능한 금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연준의 (불어난) 재무제표 보다는 금리 인상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되더라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완화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며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완화 모드로 복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이나 일본도 통화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 연준의 정책 수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문가들은 그린스펀과 버냉키 전 연준 의장들이 시장 하락 시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주가 하락을 방어했던 것처럼 파월이 시장 지원을 위해 나서는 ‘파월 풋(Powell put)’’이 나타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켓워치는 연준이 옐런 전 의장 임기 후반서부터 금리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혀온 만큼 파월 풋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상당 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은 미국 경제가 “추가적인(further)” 점진적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올해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금리 인상 횟수는 최소 3차례 아니면 4차례가 될 것이란 뜻이다.

네일 두타 르네상스 매크로 경제부문 대표는 이날 급락장 뒤 “파월 풋은 기대도 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투자자 노트에서 연준이 높아진 증시 밸류에이션을 지적해온 만큼 증시 매도세가 큰 걱정거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존 히긴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풋이 현실화하려면 S&P500지수가 2000선 한참 밑으로 떨어져야 하며, 연준이 긴축을 계속해서 머뭇거릴 경우 물가 안정이라는 숙제를 게을리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파월 풋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장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밥 돌 누빈 자산운용 수석 주식전략가는 "채권 수익률이 계속해서 오를 전망이며 이는 증시에 추가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윌슨 모간스탠리 미 증시 전략가도 재정이 마련되지 않은 연방 정부의 지출 계획과 금리 커브에 뒤처진 연준을 지적하며 투자자들에게 증시 저가매수에 나서지 말 것을 권고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