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전선형 기자] 정부가 한국GM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미국 GM 본사와 자금지원 협의를 하면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몇 년간 누적된 손실의 상당액이 미국 GM 본사로 보낸 돈 때문이라며 불투명한 회계처리를 우선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GM 미국 본사와 한국GM의 증자와 재정지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기획재정부> |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최근(2014년~2016년) 당기순손실 2조원의 상당부분 원인은 GM본사가 대출해준 이자비용 등 본사 비용과 비정상적으로 높은 원가 구조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GM본사가 회계처리상 ‘영업 외 비용’ 명목으로 가져간 규모는 2012~2016년 5년간 총 1조4698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GM에 2013년 2조4000억원을 빌려주면서 2016년까지 4년간 대출 이자로 4619억원을 받아갔다. 대출금리가 4.8~5.3%이다. 보통 대기업이 2~3%금리 대출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다만 한국GM이 신용도가 낮아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다른 대기업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GM 브랜드인 ‘쉐보레 유럽’이 유럽과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지급한 명예퇴직금 등 비용 5085억원도 한국GM이 냈다. 한국GM의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감사보고서상 최상위 지배자로 표시된 GM이 재무, 자금, 회계, 내부감사, 세무 등의 포괄 업무지원을 한다며 용역계약을 체결해 그 대가로 1297억원을 지급했다.
‘이월세액공제 소멸’이라며 3697억원을 비용 처리해 당기순이익에서 제외했다.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면 법인세를 못 내기 때문에 세액공제를 해준다.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최고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한도 초과분은 다음해로 넘어가 ‘이월세액공제’로 처리해준다. 그러나 이월된 세액공제가 5년이 넘어간 규모는 장부상 법인세 비용으로 처리한다.
한국GM의 매출원가율(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도 지나치게 높다.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에 따르면 한국GM의 경우 2014∼2016년 평균 매출원가율이 93.8%로 다른 자동차 제조사의 원가율 80∼85%인 것과 비교하면 10% 포인트 이상 높다. GM 본사가 부품 등을 비싸게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메리 바라 GM본사 사장은 "한국GM의 독자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GM> |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회계처리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한국GM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와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르노삼성차의 매출원가율은 80.1%(2016년)로 한국GM보다 13% 포인트나 낮다. 또한 르노 프랑스 본사에 대출 이자나 업무지원비용으로 지급하는 돈이 ‘0원’이다.
지상욱 의원은 “미국 GM이 한국GM의 장기발전을 원하면 대출을 자본으로 출자전환하고 이익이 실현할 때 배당금을 받아야 한다”면서 “정부도 산업은행이 2대주주로 한국GM의 주주감사권을 즉각 실행하고 대규모 손실 원인부터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