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민호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화해 모드'가 조성되고 있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 강도는 오히려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행정부 고위관료들이 앞다퉈 공개적인 '대북 압박'을 주문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질적인 자주외교를 실현하기까지, 미 행정부와의 물밑 갈등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사진=AP/뉴시스> |
◆ 美 "북핵,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의 시간 가까워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3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가 ‘전 세계 위협’을 주제로 연 연례 청문회에 출석, “우리의 목표는 평화적 해결이며,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츠 국장은 북한의 핵 위협을 두고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한 결정의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북핵은) 잠재적으로 미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실존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코츠 국장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하며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핵능력을 보유하고자 하는 김정은에게 어떤 전략적 변화도 없다”고 진단했다.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사진=미국의 비영리 케이블 TV의 공중 통신망 C-SPAN 영상 캡쳐> |
◆ 맨델커 재무부 차관 "北 도우면 美 금융시스템서 차단"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1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자금 세탁 방지와 금융범죄회의’에서 “북한의 위협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없다”며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와 기업들에게 ‘북한 혹은 미국과의 무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두 나라 모두와 거래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수년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을 은밀히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핵·탄도미사일 개발이 가능했다는 것이며,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최대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 내년 회계연도의 미사일 방어 예산을 지난해보다 740억달러 늘어난 6860억달러로 대폭 늘렸다. 이 가운데 미사일 방어국(MDA)의 예산은 99억달러나 된다. 외교가의 한 전문가는 "미국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있는 예산 규모"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사진=AP/뉴시스> |
◆ 외교 전문가들 ”대북제재는 압박이 목표 아닌 비핵화 회담을 위한 것"
미국의 대북압박 강화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반도 긴장 국면의 가장 큰 요인인 북핵 문제는 제자리걸음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전향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같은 여건이 갖춰져야 미국의 대북압박 지속·강화 수순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외교’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대북정책의 최대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면서 “대북제재 목적도 제재·압박을 위한 것이 아닌 북한을 비핵화 회담에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미국은 남북대화에 환영의 입장을 내놓고, 북미대화 가능성도 열어놨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대북압박 카드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은 북한이 당장 비핵화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비핵화 의사만 밝히면 일단 북미 간 대화는 열릴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더라도 그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체제 보장에 대해서는 회담 참가국들이 지혜를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