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정부의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무역 전쟁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에 이어 아시아 국가도 관계 훼손을 경고하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명령 서명 이후 일본은 "유감"이라며 긴밀한 양자 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 등을 조사한 뒤에 적절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관세 결정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알루미늄과 철강 수입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선 '면제'를 적용한다고 했고, 다른 동맹국도 면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면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계획을 발표할 당시 예외는 없다고 했던 종전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지만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달 초 관세 계획 발표 이후 차분한 반응을 보였던 중국 측 반발이 거세다.
중국 상무부는 관세 발표 이후 즉각 내놓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치로 인한 모든 피해를 평가하고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을 담당한다. 미국의 수입 철강 중 중국은 소규모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대규모 설비 증설로 전 세계 과잉 공급 현상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중국철강금속협회는 스테인리스강에서부터 석탄, 농산물, 전자 제품 등 미국 수입품을 거론하면서 정부에 보복 조치를 요구했다. 이는 고조되는 '무역 말다툼' 가운데 중국서 나온 위협 중 가장 뚜렷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미 EU은 미국산 100개 품목 이상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의 철강 관세 '면제'는 개별 국가와의 통상과 기타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과 EU와의 시장 개방과 방위비 분담 관련 협상에서 면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진행 중인 멕시코와 캐나다가 면제 대상에 포함된 걸 보면 알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관세를 위협용으로 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협상 방식은 보복 무역 전쟁을 낳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중국이 관세를 10% 인상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는 1.4% 감소하고 교역량은 6% 줄어든다. 앞서 블룸버그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두는 미국 주력 수출품으로,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미국산 대두 가격은 40% 하락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930년 미국 정부가 제정한 '스무트 홀리법'을 상기했다. 이 법으로 미국의 관세 품목이 2만개를 넘었고 관세율은 평균 약 50%였다. 결국 세계 경제는 불록화됐고, 제 2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졌다. 현재 WTO 체제가 스무트 홀리법의 비극을 방지할 '기둥'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규칙을 무시한 보복 전쟁이 시작되면 WTO 체제는 완전히 형해화할 것이라고 신문은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