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전민준 기자] 현대제철이 다음달부터 선박 주요 자재인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의 대미 수출을 13% 줄인다. 미국 상무부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에서 줄어든 물량을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로 납품을 확대해 손실을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4월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후판 물량을 월 8000톤에서 7000톤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약 13% 정도 감소한 수치다. 연간으로 치면 10만톤에서 8만7000톤으로, 금액으로 치면 700억 원(톤 당 70만원)에서 490억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미국은 현대제철의 후판 수출국으로, 전체 후판 수출량인 연 56만 톤의 약 17.8%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연간 후판 생산능력은 350만 톤이다. 후판은 선박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을 제작하는 데 쓰이는 철강제품이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2016~2017년도에 수입한 철강후판에 대한 연례 재심에서 현대제철에 11.64%의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무역 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 수입관세 25% 결정과는 별도의 조치다.
최종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현대제철은 대미 수출을 위해 40%에 달하는 수입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사실상 수출 길이 막히게 된 셈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후판 공장 가동을 위해 줄어든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국내 조선 3사가 받아 들어줄 지는 아직 미지수다”고 말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예비판정 결과가 그대로 최종판정으로 이어질 것이 유력한 만큼 대책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이 당진공장에서 생산하는 후판.<사진=현대제철> |
현대제철은 4월부터 현대중공업 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으로 납품하는 물량을 지금보다 1.5배 늘린 연 1만3000톤까지 확대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수출지역 다각화도 쉽지 않은 여건인 만큼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을 갑자기 늘려 구매하는 것은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늘리는 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