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봄이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석 달 앞둔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유통기업들은 근무시간 단축과 복지 제도를 앞서 도입하고 있지만, 근로 현장은 아직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기업 대상그룹은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임시 도입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오는 7월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는데, 4달 앞서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한 것이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사무실 모습 /이형석 기자 leehs@ |
대상 관계자는 "지난달 내부적으로 논의를 마치고 이달부터 52시간 근무제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임시 테스트 기간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부서는 유연근무제와 PC오프제도 처음 도입했다. 직원들은 오후 6시 이후에 사내 PC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렇다보니 제 시간에 업무를 마치지 못한 직원들은 곤혹을 치르고 있다. 개인 PC로는 사내 인트라넷이나 보안 파일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해 외부에서 업무를 마무리하는 것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평소 야근까지 이어서 하던 업무를 6시 퇴근 전에 마무리 하려다보니 근무 시간이 촉박하고 여유롭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근무 시간만 단축해 직원들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업무량 여전…낮아진 급여·집중근무 분위기 걱정
특히 물류 현장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업무 특성상 24시간 돌아가는 현장에서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려면 인력이 충원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 부문의 경우 24시간 주말에도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데 평소처럼 3조 3교대 체제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력을 추가하면서 기업 부담이 발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내부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기업 특성상 대부분 물류 현장을 관리하고 있어 근무시간 단축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사무 직원들은 최근 야근이 많이 줄면서 사실상 52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물류 현장도 여러가지 논의 끝에 3조 3교대 방식에서 4조 3교대로 바꿔 근무시간이 상당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부적으론 근무시간 단축으로 직원들 환경이 상당히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급여도 같이 감소하면서 물류센터 직원들의 불만이 나온다"고 했다.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급여가 적어지다보니 자발적으로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신청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
하지만 오는 7월부터는 주 52시간 근무를 넘어서면 추가근무 신청도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은 직원들이 생활비 문제 등으로 불안해하는 이유다.
선도적으로 주 35시간 근무를 도입한 신세계는 집중 근무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오후 5시 퇴근 전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집중 근무시간에는 흡연, 티타임 등을 자제하도록 했다. 업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직원이 늘었다.
신세계 계열사 한 직원은 "근무시간 단축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누리고 있지만, 업무시간 동안 분위기가 타이트해졌다"면서 "일정 시간대 흡연 구역이나 구내 식당에 직원들이 쏠려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