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한기진 전민준 기자] 2만19대. 포드, 크라이슬러, 캐딜락 등 한국에 진출한 미국 3대 완성차의 지난해 총 판매량이다. 벤츠 BMW 토요타 등 독일과 일본차량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자동차는 한 해 ‘7만5000대(제작사별 2만5000대)'까지 수입이 허용되고 있지만 26%밖에 팔지 못할 만큼,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래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으로 미국 자동차 수입규제가 크게 낮아져도, 큰 타격은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미국 픽업트럭, 환경규제 피하고 가격 낮춰 한국시장 진출
26일 산업통상자원부의 한미FTA 개정협상 원칙적 합의안에 따르면 미국이 픽업트럭을 보호하기 위해 관철시킨 방안은 ‘2가지’다. 환경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수입 쿼터를 현행 제작사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렸다. 또한 미국이 한국산 픽업트럭 등 화물자동차의 수입관세철폐기간을 2021년에서 2041년까지 연장한다.
2가지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자동차 판매에 유리한 환경을 맞는 셈이다. 지난해 미국 차 최다인 6022대를 판매한 포드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익스플로러 같은 모델을 더 들여올 수 있고, 픽업트럭을 공식 수입할 길이 열렸다. 환경기준 완화는 인증절차 간소화 인증비 절감 등으로 이어져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신차 인증에 대한 부담이 낮아진다.
손석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수석위원은 “픽업트럭은 승용차보다 저렴한 세금과 레저, 업무용으로 쓰이는 자동차로, 틈새시장이 분명 존재 한다”며 “환경기준 완화로 다양한 차종이 들어올 수 있으며 픽업트럭은 그 중 하나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정 완화로 미국차 수입이 늘 경우 소비자들의 미국산 차 구매는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협상, 원칙적 합의도출'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 자동차보복관셈세·미국 부품 의무사용 등 제외
하지만 실제 미국차 판매 증가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단은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서 국산차는 물론 일본과 독일차에 뒤쳐지고, 픽업트럭은 국내 도로환경에 부적해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산 자동차가 연비나 국내 도로환경에 맞지 않아 한국에서 인기가 적었던 만큼 당장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길이 5.5m, 높이 2m가 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보다 더 큰 모델도 많다”며 “대부분 연비가 3리터 이하고, 가솔린 연료를 쓰기 때문에 수입쿼터 확대로 미국산 픽업트럭 인기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수출길이 어려워진 점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부담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픽업트럭은 지난해 한국시장에서도 19만대가 넘게 팔렸다. 지난해 각각 10만대와 6만대가 팔려 국내 자동차 판매량 2위와 9위에 오른 현대차 포터2와 기아차 봉고3가 픽업트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좁은 의미의 픽업트럭은 쌍용차에서 나오는 스포츠 시리즈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3세대 코란도 스포츠가 3만대 가량 팔렸다. 올해 1월 출시된 렉스턴 스포츠는 3월 초 기준 누적 계약대수가 1만5000대를 넘었다.
하지만 이들 차량 가운데 미국에 수출되는 차량은 한대도 없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정조준한 최초의 픽업트럭을 싼타페 기반으로 만들고 있지만, 생산지가 결정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최초의 픽업트럭 출시시기는 물론 한국과 미국 어디서 생산할지도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노조문제와 현지화에 이어 관세 문제까지 겹쳐 미국공장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픽업트럭은) 국내에서 미국 수출이 있었던 품목도 아니기 때문에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업계가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가장 걱정했던 ▲ 대미 수출 자동차 보복관세 ▲ 미국산 부품 최대 50% 의무 사용 등은 이번에 모두 제외됐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철강을 내주는 대신 그간 요구했던 것을 반영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최대 이슈였던 자동차 수출 관세를 피해서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