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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힘든데"…지배구조 압박에 답답한 삼성·현대차

기사등록 : 2018-03-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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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사업 부진속에 수조원 자금 마련 쉽지 않아
삼성그룹, 이 부회장 대법 재판 등 앞날 불투명

[뉴스핌=백진엽 기자]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려 하지만 정작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안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둘 모두 의지는 있지만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전경. /이형석 기자 leehs@

26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마감시한이 이달말로 다가옴에 따라, 자발적인 개혁이 없을 경우 공정위는 내달부터 규제의 칼날을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정위의 타깃은 현대차그룹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순환출자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라며 자발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당초 작년말까지 요구했지만, 해가 지나도록 뚜렷한 움직임이 없자 정기주총이 열리는 3월로 시한을 연기했다.

즉 이달까지도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공정위가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에 지난 정기 주주총회에서 관련 언급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주총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상정된 안건이 아니기 때문에 언급이 부적절하다"고 넘겼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역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는 가지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 지주사 전환 등을 하기 위해 필요한 수조원대의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나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약 5조~6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그룹은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사업이 부진한 상태다. 게다가 기아차는 지난해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적자전환까지 했다.

통상임금 여파와 주52시간 체제 대비 등으로 현대차그룹은 현재 잔업과 특근을 최소화한 상태다. 다시 말해 생산량 역시 과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수조원을 투입하기는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순환출자 고리와 관련해서는 현대차그룹보다 덜하지만 재계 1위 삼성 역시 지배구조와 관련해 공정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삼성SDI의 삼성물산 보유 주식 매각건이 걸려 있다. 아울러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율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현 공정위원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에 삼성도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 이후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혀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 역시 현대차와 비슷하다. 당장 이 부회장이 1년정도 자리를 비우면서 밀렸던 사업적 현안 처리가 우선이다. 게다가 대법원 재판도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앞날을 예단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선안을 당장 내놓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역시 정부의 날선 눈총을 받아가면서 버티고 싶겠냐"고 반문한 뒤 "정부도 무작정 압박하기보다는 각 기업들의 사정을 감안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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