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격 방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전문가들은 남북·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수밖에 없게 됐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중국이라는 우군을 확보함으로써 한·미와의 협상에 있어 힘의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사진=신화망> |
◆ 전문가들 "셈법이 복잡해졌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28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했다.
그는 "남·북·미 3차방정식에서 남·북·미·중 4차방정식이 됐다"면서 "우리의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가 과연 적기에 잘 될 수 있을지, 상당히 길이 복잡해졌다"고 강조했다.
북·중 관계가 회복됐다는 건데, 그것이 동북아 내 세력 균형을 가져오는 것이기에 한반도 비핵화에 있어 '플러스' 요인이라기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중국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의 색깔이 좀 애매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한반도 긴장 완화엔 도움이 될 것이다. 전쟁 예방이나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은 줄어들 테니까"라고 하면서도 "(북·중 간 만남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압박이 좀 풀리는 효과가 있다. 북한의 입지가 강화되는 상황이니까"라며 "미국의 압박에 대해 버틸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북한이 미국한테 호락호락, 양보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김정은 '비핵화' 언급, 원론적 얘기일 수 있어"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시 주석의 초청으로 지난 25일 방중, 북중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 유훈으로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시종일관 우리의 입장"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북 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 대화를 원해 북미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며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올해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인 변화가 있었고, 북한이 중요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남한과 미국에 이어 중국에까지 비핵화 의지를 보였지만,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크게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홍 실장은 "그 전까지는 중국한테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시 주석이 다른 '루트'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듣고 싶어했을 것"이라며 "북·중 간 신뢰가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시 주석을 만나 비핵화에 대해 언급한 것은 원론적인, 늘 하는 얘기일 뿐이고, 7년 만에 만났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면서 "시 주석과 원론적 얘기를 하고 나오면 이 쪽에 와서도 원론적인 얘기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남 교수는 이어 "김이 좀 샜다"며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비핵화'를 약속해야 하는데..(원론적인 얘기만 하다가 끝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 <사진=뉴스핌 DB> |
◆ "북미정상회담 '성공'과 '실패' 모두 가정해 우군 확보"
나아가 북한이 '단계적 조치'를 언급한 것에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해결의 '공'을 남한과 미국에 넘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홍 실장은 "한국과 미국이 단계적으로 상응하는 평화적 조치를 한다면 비핵화 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공'을 한·미에 넘긴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단계별로 로드맵을 만들어 제안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그러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빨리 비핵화되면 우리도 좋지만 그렇게 간다면 (협상이) 깨지니까 '단계적'이라는 대안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계적 조치에 보상을 얻으려는 북한의 '살라미'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과 전쟁해서 이긴 게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다만,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일단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인정하고 보다 긍정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성공과 실패 두 가지 상황을 가정, 실패했을 때 보험 차원, 성공하면 그 이행에 대해 시너지 차원에서 우군 확보의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우리 특사와 미국 그리고 시 주석한테 직접 얘기했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 교수는 이어 "대화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고, 비핵화에 대해 확인했기 때문"이라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얘기가 잘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