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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몽상이라도 좋다. 한반도 평화를 꿈꿔보자"

기사등록 : 2018-04-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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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국제부장]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평양의 극장에서 ‘봄은 온다’라는 우리나라 예술단 공연을 관람했다. 그 자리에서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인민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우리 겨레의 앞길에는 언제나 화창한 봄과 풍요한 가을만이 있게 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같은 날 일본 교도통신은 중국 시진핑 주석의 남북미중 평화협정 제안 소식을 보도했다. 지난 9일 제안 당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북한에 대한 압력 유지를 우선 요청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제안한 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힌 다음날의 일이었다. 

유엔군과 북한, 중국이 지난 1953년 체결한 한국전쟁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이번 제안은 오는 27일 남북 및 5월 북미 정상회담 때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현재까지 미국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평화협정 논의가 곧바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평화협정 논의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 1996∼99년 남북미중 ‘4자회담’에서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등을 고집하면서 평화협정 논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나친 낙관인지 모르지만 모멘텀은 만남과 대화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양상이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트럼프는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자체에 대해서 몸서리치면서, 북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해 평양에 '불과 분노'을 쏟아부을 태세였다. 이런 때에도 중국은 북한을 억제하려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황은 급변했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겠다는 제안은 워싱턴과 미군의 군사행동 준비를 흔들어놨다. 더구나 그의 중국 방문은 중국이 그 위상을 되찾아 북에 대한 경제재제를 풀어야 할 것만 같도록 몰고 갔고 결국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은 시 주석이 "올 들어 한반도에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고 북한이 이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게 했다.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행사장에 입장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외신들은 이런 시진핑의 언급을 중국이 유엔 제재에 동참하자 그렇게 심하게 혹평을 해대던 북한을 향해 황제나 다름없는 시 주석이 김정은 주도의 상황 변화를 시인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과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이 없이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버리면 '중국 패싱'이라는 굴욕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다.

빠질 수도 없고 빠져서도 안될 것 같았던 중국이 김정은이 드리운 명분을 잡고 한반도 정세를 정하는 판에 다시 들어온 것이다. 남북미중의 카드놀이 포커 판이라고 가볍게 한번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판에서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높은 숫자의 카드를 거의 다 잡고 있다. 그렇지만 서로 겨루는 상황에서는 김정은이 승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게임의 동인을 바꾼다면? 북한은 잡고 있는 카드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다.

둘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기를 바란다. 미국이 압박하면 북한은 중국에 식량과 연료를 의존한다. 이는 중국이 북 정권이 무너져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역학관계에서 김정은은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푸는 길이 있다면 그것은 또 미국과 중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보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한국전쟁 이후 한번도 서명하지 못한 협정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를 지지한다면 김정은도 더는 이 협정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합의를 통해 바랄 수 있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하는 미사일 프로그램의 감축과 동결'이라고 전제했지만, 동시에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동북아시아의 전략지정학적 판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역사적 기회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도 역할을 하면서 미국과 함께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이 희박한 블랙스완을 꿈꾸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 <사진=뉴스핌 DB>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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