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대형 건설사의 미래 ‘먹거리’인 수주 잔액이 감소하고 있다.
해외 수주가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대형공사 발주가 줄어든 데다 중국, 인도를 비롯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타국 건설사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아서다. 지난 2015년부터 저유가로 인해 해외 수주가 줄자 그동안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으로 만회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경기마저 한풀 꺾이자 매출 확대에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공사 잔액이 1년 새 최고 10% 넘게 줄었다. 공사 잔액을 기준으로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한 건설사가 대부분이다.
줄어든 잔액은 거의 해외 공사에서 발생했다. 대다수 건설사의 해외 공사 잔액이 전년 대비 20~30% 이상 줄어든 상태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6년 말 국내외 공사 잔액이 34조9000억원이었으나 작년 말에는 30조3700억원으로 12.9% 감소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왕성한 사업을 진행했을 때와 비교하면 30% 넘게 줄어든 수치다. 2014년 대우건설이 보유한 공사 잔액은 총 39조6000억원, 2014년에는 40조원이 넘었다.
GS건설은 2016년 말 공사 잔액이 39조9400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에는 이보다 7.4% 감소한 36조9600만원을 나타냈다. 이 회사도 공사 잔액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2014년 37조4100억원, 2015년 39조5800억원을 보유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은 31조7400억원에서 29조9800억원으로 5.5% 줄었다. 국내 신규 주택사업에서 사실상 발을 뺀 데다 지난 2016년 호주 ‘로이힐’ 사업으로 8000억원대 손실을 떠안은 후 신규 수주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익성 위주의 사업 재편으로 공사 잔액이 줄어드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공사 잔액이 줄어든데는 해외시장의 경쟁력 약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원전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가 급감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발주처 예산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중국과 인도의 건설사들이 낮은 인건비를 토대로한 저가 공사비를 무기로 해외건설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실제 해외공사 잔액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6년 말 해외공사 잔액이 8조2200억원이었지만 작년 말 5조1400억원으로 3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11조9600억원에서 7조2800억원으로 줄었다. 현대건설도 20조5600억원에서 16조7200억원으로 빠졌다.
대형 건설사 해외담당 한 임원은 “중동지역이 유가 하락과 정세 불안으로 공사 발주가 줄어든 데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건설시장에 뛰어드는 중국, 인도 건설사와의 경쟁도 심화되는 상황”이라며 “매출이 중요하지만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는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당분간 수주액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