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17일 검찰이 필명 ‘드루킹’ 김 모 씨 등 3명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한 가운데 경찰 압수수색에서 조직적인 수칙 등이 담긴 ‘댓글 알바 매뉴얼’도 드러나 ‘윗선’을 향한 수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의 한 출판사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파주출판단지 안에 위치한 이곳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자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씨가 추천수ㆍ댓글 조작 등의 사건 현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진동 부장검사)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정부 비판 성격의 댓글에 ‘공감’을 누르는 등 여론을 조작하려 한 혐의(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로 김모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우선 김 씨 등에 대해 지난 1월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평창올림픽 관련 정부 비판 댓글에 대해 기소했다. 오는 18일 김 씨 등의 구속 만기일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검찰은 아울러 김 씨 등이 지난 19대 대선 등에 개입한 의혹과 공범 피의자 등에 대한 수사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김 씨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일당의 또 다른 여론 조작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어 향후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씨는 구속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당시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를 폭로할 듯한 내용의 글을 남기는 등 여러 정황들이 김 씨가 지난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 씨가 운영한 카페 회원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대선 무렵 민주당 의원들에게 접근해 선거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자 선거 지원 대가로 일본 총영사 자리에 자신의 카페 회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김 의원은 김 씨의 인사청탁을 청와대에 전달했으나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반협박성 발언을 하며 사이가 틀어졌다고 했다.
아울러 경찰 압수수색에서 조직적인 행동 수칙 등이 담긴 ‘댓글 알바 매뉴얼’도 발견돼 배후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댓글 조작이 실행된 곳으로 추정되는 ‘산채’를 방문할 때 보안 USB(이동식저장장치)를 하나씩 지급하라는 등 구체적인 보안 안내 사항도 나온다.
또 김 씨가 운영하는 출판사 '느릅나무'는 사실상 유령 출판사임에도 사무실 운영비 등 1년 최대 11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쓰인 점도 이들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게 한다.
경찰은 김 의원이 김 씨가 보낸 메시지를 열어본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 의원은 이번 사건에 연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 주거지 등에서 발견된 170여 개의 휴대전화 중 일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발견됐고, 김 의원도 김 씨가 보낸 메시지에 ‘고맙다’는 취지의 대답을 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윗선을 향한 수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