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 =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정치분야에서의 여론조작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상품과 서비스 등 상업분야에서의 여론조작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등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올리기’ ‘네이버 상위 노출’ 등을 치면 마케팅 검색 대행사 수백여 곳이 나온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들 대행사들은 홈페이지에 포털 등에서의 상위 노출을 보장한다며, 상호의 노출 기간과 순위 등을 선택하고 거기에 맞는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구글에서 '네이버 상위 노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마케팅 검색 업체들. 2018.4.30 justice@newspim.com |
실검 대행사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조작 방법이 바로 ‘드루킹’이 썼던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온라인 마케팅 전문 A사 관계자는 “검색어 상위 노출이나 검색창에 나오는 자동 완성, 연관 검색어를 만들 때도 매크로를 사용하는데, 쇼핑이나 음원, 게임 순위도 모두 매크로로 조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실검 대행사의 상업적인 검색 결과 조작은 이미 수년 전부터 만연했다고 한다.
한 홍보 마케팅 대행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최근 쟁점이 됐지만, 사실 매크로 조작은 정치 영역에서 활용하기 훨씬 전부터 성형외과 홍보, 인터넷 강의 깎아내리기 등의 마케팅에서 숱하게 벌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서울지방지법은 의뢰자들에게 돈을 받고 원격제어 시스템을 이용해 네이버 등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마케팅업체 대표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3억2000만원, 홍보대행사 대표 C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12억 원을 선고한 바 있다.
실검 대행 업체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상호 노출 기간과 순위, 금액. 2018.4.30 justice@newspim.com |
전문가들은 실검 대행사가 난립하는 이유로 네이버가 뉴스 유통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뉴스유통 구조를 꼽았다.
한 인터넷 매체 담당자는 “네이버 상단에 배치되면 조회 수 클릭이 늘어나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실검 대행사를 이용하게 되고, 실검 대행사 또한 네이버 상단배치를 위해 편법을 마다하지 않는다”며 “이런 기형적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행사를 통한 편법은 계속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네이버가 언론 위의 언론으로 군림하는 뉴스 유통 구조가 개선되려면 검색어로 촉발된 논란에 대해 네이버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민정 한국외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이용자들이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등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발생하지 않지만, 이런 위험 원을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 있으므로 적절히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심우민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검색어 관련 논란에서)인과관계가 명확해야 책임을 묻거나 위험 관리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최근 인공지능 규제 동향을 보면 위험관리 책임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플랫폼, 알고리즘 사업자에게 그들이 직접 원인이 아니더라도 영향력을 미치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온라인 여론 조작과 관련한 포털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앞선 토론회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 문제는 방통위의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 포털 관련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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