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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대형운용사들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꺼리는 이유

기사등록 : 2018-05-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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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비상장주식 밸류에이션 너무 높아…투자수익률 우려"
벤처기업 비상장주식·메자닌 시장 공급 부족 현상 심화
계열증권사 IPO 주관·인수단 참여시 계열운용사 공모주 물량 못받아

[서울=뉴스핌] 우수연 기자 = 코스닥벤처펀드가 2조원이 넘는 자금몰이에 성공했지만 대형운용사들의 반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사모에 편중된 투자를 개선하기 위해 공모 코스닥벤처펀드를 위한 후속대책도 내놨지만 대형운용사들은 팔짱을 풀지 않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출시된 코스닥벤처펀드는 지난 26일 기준으로 누적기준 1조9469억원 판매됐으며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모펀드에 모인 금액은 5236억원, 사모는 공모의 3배에 달하는 1조4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코스닥벤처펀드 투자가 사모형으로 쏠리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공모주 우선배정에서 공모펀드에 가점을 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공모주 배정으로 수익률 개선의 폭이 작다는 점을 인식하고, 코스닥 벤처펀드 공모펀드에 최대 10% 추가 물량 배정을 허용하는 등 별도의 공모주 배정기준을 마련했다.

지난 26일 기준 코스닥벤처펀드 판매 현황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제도개선 방안에도 불구하고 대형운용사들은 여전히 코스닥벤처펀드 출시에 소극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KB운용 등이 단위형으로 200~300억원 가량 모집 후 소프트클로징했고, 삼성계열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도 200억원 가량 자금 모집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 방안에 포함되지 않은 현실적인 이유들로 인해 대형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코스닥벤처펀드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선 코스닥벤처펀드의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선 벤처기업 비상장주식을 일정부분 담고갈 수밖에 없는데 작년말부터 해당 비상장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는 것.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들 뿐만아니라 벤처기업 투자처를 발굴하는 벤처캐피탈(VC)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VC업계 관계자는 "업계를 주도하는 대형 벤처캐피탈에서도 수천억원의 현금을 쥐고 있으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작년말부터 정부 주도 자금이 유입되고 벤처기업 CEO들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투자하더라도 추가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메자닌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닥벤처펀드는 벤처기업 신주에 15%, 벤처기업 또는 코스닥 중소·중견기업(벤처기업 해제 7년 이내 기업) 신주와 구주에 35% 이상 투자해야한다. 이때 벤처기업 신주에는 CB·BW와 같은 주식관련 사채도 포함된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메자닌(CB·BW)를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해당 시장에도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4월 국내기업의 신규 CB발행 잔액은 전년대비 99% 급증한 4546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부족하다보니 발행기업에 유리한 조건의 표면금리 0% 전환사채도 속속 발행되는 추세다. 그만큼 제로금리 메자닌에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지는 셈.

마지막으로 코스닥벤처펀드의 혜택 중 가장 파워풀한 공모주 우선배정에서 해당 대형운용사들은 제외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증권사가 주관사 또는 인수단으로 참여하기만 해도 계열운용사는 IPO 공모주의 물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투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IPO에 강점이 있는 하우스를 보유한 계열 운용사는 계열 증권사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리그테이블 상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증권사가 시총 단위가 큰 코스닥 '대어'의 IPO 주관사로 참여해야 한다. 반면 계열운용사들은 해당 공모주 물량을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에 공모주 편입에 따른 수익률 향상을 기대하긴 어려워진다.

대형운용사 관계자는 "계열증권사가 IPO를 주관하면 그룹계열 운용사는 물량 배정을 못받는다"며 "대형운용사들은 운용규모가 크기 때문에 괜히 편입을 시도했다가 공모가격만 올려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형운용사들은 고객에 대한 리스크 관리의 측면에서도 코스닥벤처펀드의 규모를 키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스닥벤처펀드로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선 정부가 정한 운용룰을 지켜야하는데 투자 대상 자산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억지로 룰을 맞추다간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 벤처기업과 코스닥 종목의 밸류에이션이 워낙 높아져 있어 투자를 한다해도 원하는 수익을 내기 어렵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연말 세제혜택을 받은 투자자들은 환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은 코스닥 및 비상장 종목은 대규모 환매가 발생할 경우 손실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코스닥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황이라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며 "수익이 안나오면 세제혜택을 받은 연말 이후 환매 가능성도 높아지고, 대규모 환매가 나오면 유동성이 부족한 비상장 기업 위주의 펀드는 큰 폭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정권에서도 개인들을 동원한 코스닥 투자 붐으로 힘든 시절을 겪은 사례가 있었다"며 "구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벤처기업 자금수혈의 명목으로 개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의 행태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yes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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