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달러화 가치가 상승으로 돌아섰지만 국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상반기 중 달러/원 환율 고점을 1090원으로 예상했다. 연말까지의 고점도 1110원으로 전망했다. 가파른 달러 강세보다 제한적인 강세를 예상하는 거다.
뉴스핌이 8일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 10개 금융회사 전문가를 대상으로 달러/원 환율 전망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달러/원 환율의 상반기 말까지의 저점 전망치 평균은 1046.67원, 고점 전망치 평균은 1090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4분기 말까지의 전망치는 저점 평균 1030원, 고점 평균 1110원으로 조사됐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1년간 1207원에서 1070원으로 가파르게 하락한 후 올들어 1054원~1086원 사이 박스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이런 흐름이 상반기 내내 이어지고, 하반기들어 소폭 상향 이동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달러인덱스에 대해서도 상반기 중 저점 평균 89, 고점 평균 94.25로 예상했다. 연말까지의 저점과 고점은 평균 87.75, 94.5로 전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파운드 등 경제 규모가 크거나 통화가치가 안정적인 6개국 통화를 기준으로 산정한 미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달러인덱스는 올 2월1일 88.50을 기록한 후 4월중순까지 89선 내외에서 횡보했다.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인 93.096으로 마감했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기조적인 변화가 아니라 단기적인 현상일 것으로 봤다.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유로존 지표 개선 및 유로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년간 유로존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더불어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연말 쇼핑시즌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유로존 지표가 좋았다"며 "1분기에도 고용시장에서 개선세가 이어졌고 대외 수요에서도 글로벌 선진국 수요뿐 아니라 신흥국 수요도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ECB가 올해 말로 자산매입프로그램(양적완화, QE)을 종료하고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유로화도 강세 기조를 회복하게 된다"며 "약달러가 전개됐던 가장 큰 배경인 유로화 강세가 다시 전개되면서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심리와 더불어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이벤트로 신흥국 자산에 대한 조정이 이어졌고, 이에따라 패닉성 강달러가 나타난 것"이라며 "강달러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달러 자체보다 신흥국 자산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은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개선됨을 뜻한다. 이에 미국에 소비재를 수출하는 신흥국들의 수출경기가 좋아진다. 즉, 달러 공급이 많아져 달러 약세가 된다는 것.
6월초에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봐야 달러/원 환율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전까지는 박스권 등락이 불가피하다는 것.
김대훈 부산은행 차장은 "달러강세 요인과 원화강세 요인의 힘겨루기 장세"라며 "글로벌적으로 금리인상이나 신흥국 달러 이동성 리스크 및 미중 무역분쟁 우려 완화와 같은 요인들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라는 원화 강세 요인도 있다"설명했다.
한편 달러 강세가 나타날 거라는 의견도 있다.
김동욱 KB국민은행 차장은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 흐름에 있고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미국이 금리 상승기에 있기 때문에 약달러보다는 강달러에 포지션을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올해 말까지는 강달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의 개선세에 비해 다른 나라들의 경기는 상대적으로 부진을 보일 것이고 그 격차는 커질 것"이라며 "미국으로 자금이 몰려 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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