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newspim

‘증인이 왜 피고인석에?’…최경환, 법정서 멋쩍은 표정 지은 이유

기사등록 : 2018-06-08 13:04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1일 박근혜 재판서 피고인석 앉는 헤프닝
최경환, 국정원 특활비 뇌물·취업청탁 1심 중
MB 자원외교 비리 관련 기소되면 재판 3개로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정장 차림으로 하얗게 머리가 샌 채, 법정에 들어선 60대 증인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부와 검찰 측, 변호인 측은 모두 당황했다. 조용히 재판을 지켜보던 방청석 곳곳에선 의아한 표정과 함께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본인의 1심 재판이 두 건 진행 중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얘기다. 최 의원은 법정경위의 안내를 받고나서야 멋쩍은 표정으로 증인석 앞에서 선서한 뒤, 증인석에 앉았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국정원 특활비 뇌물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5.02 yooksa@newspim.com

박근혜 정부에서 ‘친박 실세’로 불리던 최 의원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개입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박 전 대통령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들로부터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 받았다는 혐의와 지난 총선 당시 친박 세력을 국회에 대거 입성시킬 목적으로 불법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비용 중 일부를 이 특활비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최 의원은 국정원장들의 특활비 상납 경위를 묻는 질문에 연신 “제 재판에서도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피고인’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면 최 의원 본인으로 헷갈리기도 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고 2015년도 국정원 예산을 증액해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별개의 사건이지만 ‘특활비’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

앞서 최 의원은 자신의 재판에서 “1억원이 건네졌다고 하더라도 예산 증액과는 전혀 무관하고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춰봐도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검찰 측 공소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최 의원은 1억원을 건넨 이병기 전 원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최 의원이 한 이야기도 비슷했다. 특활비가 청와대에 상납되는 과정에 개입을 한 적도 없다는 취지다.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동구 을에 공천할 인사를 추천한 것 역시 단순한 인사 추천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날 2시간 30분여의 증인신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최 의원의 국정원 특활비 뇌물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기에 최 의원은 자신의 의원실에서 근무하던 인턴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인사청탁한 혐의로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최 의원의 자원외교 비리 혐의도 수사 중이다. 한때 정권 최고의 실세 중 하나로 불렸던 최 의원의 재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특활비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최 의원은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결백을 주장했다.

증인석과 피고인석을 헷갈린 그의 모습을 보니, ‘권불십년(權不十年)’이 떠올랐다. 권력이 10년을 못 간다는 뜻.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말에 해당되는 자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adelante@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