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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에 주식 없어도 팔 수 있어?"...공매도 시스템 우려 확산

기사등록 : 2018-06-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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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차입 통해 주식 빌려줘도 실시간 매도 주문 가능
연쇄 차입 중 한 계약이라도 미결제되면 시스템 리스크 우려
당국, 실시간 매매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중…골드만사태 수습 우선

[편집자] 이 기사는 6월 18일 오전 11시09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우수연 기자 = # 김매도(가명)씨는 A종목 10만주를 보유중이다. 장기투자 목적으로 매수한 종목이라 증권사에 대여서비스를 신청했다. 계좌에 잠자고 있는 주식을 대여해주기만 해도 연 0.1~5%까지 이자를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앗? 그런데 갑자기 A종목이 급락하기 시작하는 걸 보니 김 씨도 갑자기 팔고 싶어졌다. 주식을 빌려준 탓에 계좌엔 남은 수량이 없다. 그런데 증권사에선 걱정말라고 한다. 다른 기관이나 개인으로부터 A종목 100만주를 빌려 바로 매도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현행 시스템상 보유 주식이 계좌에 없더라도 연쇄 차입을 통한 공매도 주문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을 연쇄적으로 빌려주는 과정에서 하나의 결제만 오류가 나도 전체 결제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김매도 씨의 경우처럼 현행 증권사 시스템 상 누군가에게 주식을 빌려준 상태에서도 실시간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 이는 개인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만일 A가 보유하고 있는 100만주를 빌려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겠다고 증권사에 요청하면, 증권사는 B에게 100만주를 빌려와 A씨의 매도 주문을 내준다. 이후 B 역시 매도 주문을 내고자 한다면 또다른 C에게 100만주를 다시 빌려와 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이처럼 연쇄적인 차입 공매도가 줄줄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결제에서 오류만 나더라도, 전체 결제 시스템이 도미노처럼 마비될 수 있다.

물론 A가 주식을 빌려준 이후 매도 주문을 낼 때는 보유하고 있던 100만주 이내에서만 매도 주문을 낼 수 있으며, 매도 주문과 동시에 B에게 빌려줬던 주식에 대한 리콜이 요청된다. 증권사는 해당 리콜 요청을 통해 잠재적으로 주식이 A의 계좌로 다시 돌아올 것을 가정하고 100만주에 한해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실제 발행주식을 초과해 주문 입력이 가능했던 삼성증권 배당사고나 대규모 공매도 미결제 사태가 발생한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연쇄 공매도 과정에서 잠재적인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증권업계에서는 연쇄적으로 차입 공매도 주문을 내는 과정에서 실제 보유한 주식보다 더 많은 수량의 주문을 낼 가능성, 주문 이후 하나의 미결제로 인해 연결된 모든 계약들이 미결제 날 가능성 등에 불안감을 나타낸다.

공매도 시스템에 정통한 관계자는 "연쇄적인 차입을 통해 공매도 주문을 내는 경우 결제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며 "만일 해당 종목이 기관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소형주일 경우 긴급하게 구하기도 어려워 문제가 생길 경우 수습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 국내증권사 주식대여서비스 안내문<자료=증권사 홈페이지>

현행 시스템상 공매도 결제과정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모든 리스크는 증권사가 안아야 한다. 줄줄이 연결된 연쇄 공매도의 일부에서 한 기관투자자가 주식 입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요청했고 미결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문제의 원인은 현행법상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식이 입고되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데 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에 따르면 증권사는 결제일(T+2)에 차입 주식 입고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만 투자자에게 차입계약서나 증권보유잔고 내역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한 금융당국이 지난 5월말 전체 주식 잔고·매매수량을 거래소나 예탁원이 파악할 수 있는 '실시간 주식매매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스템 구축을 발표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골드만삭스의 공매도 미결제 사고가 발생했고 시스템 구축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미지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 같은 리스크는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동일한 이슈라고 생각된다"며 "연쇄 결제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하나, 실제 업무 과정에서 실시간 매도 조건 없이 주식대여를 요청한다면 선뜻 주식을 빌려줄 대여자가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딜레마"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금융감독원은 아직까지 연쇄 공매도에 따른 잠재 리스크까지는 들여다보고 있지 않고 있다. 이미 발생한 골드만삭스 공매도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관련 내용 보고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금감원은 6월초부터 2주간의 검사를 진행했으며 심도있는 조사를 위해 검사기간을 1주일간 연장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매도의 제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거래소 등 유관 기관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금감원은 골드만삭스 미결제 사고 관련 내용을 충분히 검사해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yes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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