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백태] "싫으면 그만둬라?" 근로시간 조작하는 패션업체

한솔섬유 직원 A씨, "근로시간 허위로 기록하고 있어"
"야근식대·심야택시비 신청도 반려... 기록 남을까봐"
"취지와 맞지 않아...6개월 계도기간 중 업무량 조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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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근무량은 전혀 줄지 않았어요. 오히려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 것 같아요."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됐지만, 겉으로만 52시간을 맞추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패션업계와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국내 3대 의류 벤더 기업이 근로시간을 허위로 축소하고 있다는 내부 폭로가 제기됐다.

한솔섬유는 국내 3대 의류 수출 벤더 기업으로 주문자상표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통해 월마트, GAP, 유니클로 등의 브랜드에 의류를 납품한다. 지난해 1조2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65%가량 감소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구조조정을 감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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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스이미지뱅크]

한솔섬유에 근무하는 A씨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일부 부서에서 근로시간을 허위로 기록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이전과 달리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이후, 직원들이 직접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고 있다"며 "부서 팀장이 일주일 단위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는데, 퇴근 시간이 저녁 6시 이후로 기록돼있으면 직접 수정해 근로시간을 맞춘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이전에는 저녁 8시 이후 근무했을 때 야근 식대, 저녁 11시 이후 퇴근 시 심야 택시비를 청구할 수 있었지만, 이것도 반려되고 있다"며 "신청 사실 자체가 야근 기록이 되기 때문에 올리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점심시간이 1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 일부 직원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되자마자 30분 늘어난 점심시간도 회사의 꼼수라고 생각한다. A씨는 "야근하기 싫은 사람은 점심시간을 잘 활용하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솔섬유와 같은 벤더업체들은 업계 특성상 야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주 고객이 대부분 해외 업체이기 때문에 업무 협의 시간대가 늦은 데다, 시기에 민감한 의류업의 특성상 납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의류 벤더 기업들은 야근이 많은 것으로 유명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도 않다"며 "오히려 의류 벤더 기업 중 외국계 기업과 비슷한 근무시간을 시행하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A씨 역시 회사 내 일부 부서의 고유한 문화라고 지적했다. A씨는 "52시간제 도입 이후 야근을 자제시키는 부서도 있지만, 여전히 야근을 당연시 하는 부서도 존재한다"며 "회사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52시간제 도입을 장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솔 섬유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지침을 내리고 임원급까지 교육을 진행한 상태"라며 "아직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지 한 달도 되지않은 시점에서 나온 일이라 당혹스럽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은 애당초 정부가 근로시간을 단축한 취지와 맞지 않다"며 "정부에서 설정한 6개월의 계도기간 동안 기업들은 허용된 근로량에 맞는 수준으로 업무량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 위원은 "패션업과 같은 특정 업종에 한해서는 탄력근로제 허용 기간을 늘려주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4m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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