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산업

[이제는 경제다] 우버·풀러스 펑크 낸 한국경제…머나먼 규제혁신

기사등록 : 2018-07-31 17:09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세계 스타트업 100개 중 57곳 국내서 사업 규제
공유경제·핀테크·헬스케어 등 난제 수두룩
"국회와 대화·타협 노력 더 기울여야"

[세종 = 뉴스핌] 김홍군 기자 =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등 세계 상위 스타트업 100개 중 약 60%는 국내에서 규제로 인해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하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신산업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기업의 투자와 혁신적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 해소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혁신성장의 키플레이어인 스타트업의 성장을 각종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는 국가 산업 책임자의 자조적인 목소리다. 규제 혁신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전담 회의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국정의 주요과제로 추진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31일 구글캠퍼스와 아산나눔재단이 공동으로 펴낸 스타트업코리아 최신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누적 투자액 전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13곳은 각종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 사업을 아예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4곳은 조건부로만 사업이 가능할 정도로 신산업을 위축시키는 규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스타트업코리아측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 모델 사업의 절반 이상, 누적 투자액 기준으로 70% 이르는 혁신이 한국에서는 제대로 꽃피울 수 없거나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규제가 신산업의 발목을 잡은 대표적 사례는 공유경제다. ‘한국판 우버’로 불렸던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는 최근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직원 70%가 해고되는 등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2016년 출범해 택시보다 50% 가량 저렴한 가격의 승차 공유서비스로 1년만에 회원 75만명을 모집하는 등 성공의 아이콘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담을 느낀 서울시가 풀러스의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해 단속에 나서면서 결국 주저앉았다.

풀러스가 벼랑 끝에 몰리면서 네이버와 미래에셋, SK그룹 등 200억원대에 이르는 민간의 투자도 빛이 바랬다.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1년만에 사업을 접은 글로벌 스타트업 우버와 같은 케이스다.

기존에 없던 규제가 새로 생겨나면서 사지로 내몰린 혁신기업도 있다. 온라인 중고차거래 스타트업인 헤이딜러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해 앱을 출시한 지 1년만에 30만건의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2015년 12월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온라인 중고차 사업자에게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주차장과 경매장, 검사 설비 및 인력 등을 갖추도록 하는 규정이 생겨나 폐업 직전까지 갔었다.

해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에어비앤비의 숙박공유 서비스도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관광진흥법 등 현행 법률은 일반 주택을 이용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도시민박업을 하는 것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도시민박만 가능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디지털 헬스케어 체험 현장을 방문한 모습. 김 부총리가 디지털 의료장비 시연 장면을 유심히 보고 있다.[사진 = 기획재정부]


[이제는 경제다 시리즈]

20) 부동산 거래 급감에 자영업·지역경기도 흔들

21) 산업현장 가보니.."뿌리산업이 살아야죠"

22) 제조업 위기는 일자리 위기

23) 반도체 무너지면 한국경제 미래없다

24) 중견·중소기업 "가동률 저하 인력난에 투자 엄두 못내"

25) “IT서비스를 보라”, 기업중심 혁신성장이 ‘답’ 

26) "바빠도 알바 못써요"...가난 부추기는 소득주도성장

27) 우버·풀러스 펑크낸 한국경제..머나먼 규제혁신

28) 근로자 버스비까지 국가재정서 충당

차량과 숙박 등 공유경제 뿐만 아니라 바이오, 드론, 자율주행차, 핀테크 등 정부가 혁신성장의 중점과제로 선정한 사업들 대부분이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들 타개하기 위해 혁신성장관계장(차)관회의를 신설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혁신을 독려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행정규제기본법(개정), 산업융합촉집법, 정보통신융합법, 지역특별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제정) 등 규제혁신 5법은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또 의료계, 택시업계, 숙박업계 등 규제혁신에 따른 사업권 침해를 우려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림자 규제 등 정부 내 일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도 규제혁신의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혁신을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사이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은 수많은 혁신기업들을 양산하고 있다.

세계 100개 스타트업 가운데 중국기업은 24개로, 미국(56)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은 단 한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30일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에 차량 공유경제 업체인 쏘카 이재웅 대표를 선임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창업자이기도 한 이 대표를 정책협의체 포함시켜 민간이 체험할 수 있는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현장을 찾아다니고 민간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혁신성장의 속도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체감할 수 있는 비전이나 성과없이 보여주기식으로 흐르는 점은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홍보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규제혁신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를 찾아가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iluk@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