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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이 뭐길래…양승태 사법부는 왜 상고법원에 사활을 걸었나

기사등록 : 2018-08-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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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상고심 개선 위한 3심 이원화 제도…사실상 위헌 논란
법조계 “양승태 대법원, 대법원장 권한 강화 염두에 두었을 것”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벌어진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시작과 끝은 상고법원이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법관들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정권과의 ‘재판거래’ 시도까지 서슴지 않아 상고법원의 정체와 추진 배경이 새삼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 192개를 추가 공개했다. 문건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정치권, 조선일보 등 언론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담겨 있다.

[경기=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 ‘상고법원’이 대체 뭐길래

상고법원은 말 그대로 3심인 상고심 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 현재 대법원이 전담하고 있는 상고 사건 중 단순 사건만을 별도로 맡는 법원을 말한다. 항소심까지는 현행 제도대로 유지되지만, 3심부터는 대법원이 사건의 중요도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대법원에서 심리할 것인지 상고법원에서 심리할 것인지 분류한다. 도입 논의가 나왔을 당시 사실상 4심제가 아니냐며 위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상고법원 설치 법안은 2016년 5월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수순을 밟았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 중 ‘(150417)썰전주요쟁점’ 문건을 보면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대법이 상고법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드러난다. 대법은 ‘왜 상고제도를 개선해야 하는가?’하는 물음에 상고사건 수가 10년 만에 2배 증가됐고, 대법관 1인당 사건 수가 2013년 기준 약 3000건으로 대법원 내부 운영의 개선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법은 문건에서 대한민국 대법원의 역사를 짚으면서 상고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들이 모두 실패했다는 것을 들면서 상고법원 설치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 사진공동취재단

 ◆ 대법원장 권한 강화..법관 승진 통로로

상고제도의 개선 필요성에는 십분 공감하더라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을 깨고 정권과 재판거래를 시도할 정도로 상고법원이 숙원사업이었냐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의 권한 강화와 임명권을 주된 이유로 추측하고 있다. 상고법원이 설치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주요 판결을 전담하게 되면 주심인 대법원장의 입김은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적체돼 있던 법관들의 승진 통로도 뚫리게 된다. 변호사 업계 불황과 맞물려 정년까지 법복을 벗지 않겠다는 법관이 늘어나 적체 현상이 매해 심화되고 있으나 상고법원을 도입하면 고위 법관들이 상고법원으로 승진하게 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고법원 법관 임명권을 청와대에 주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법원장이 임명권을 쥐는 방안을 기본으로 두고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150417)썰전주요쟁점’ 문건에서는 “상고법원 법관은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지 않나?”라는 반론에 대해 “헌법 102조 2항을 들어 ‘대법원에 대법관을 둔다. 다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서는 상고법원 법관은 엄밀히 말해 대법관이 아니므로 대법원장이 임명권한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상고법원 법관 임명에 대법원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대법과 상고법원으로 이원화되면 법원 조직 내부에서 대법원장에게 권력이 모일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상고법원 법관으로 승진하게 된 법관들이 누구에게 충성하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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