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최근 5년간 약 20조원의 국민혈세가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 개편이 거센 저항에 부딪힌 상황에서 공적연금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편 이후 적자폭이 연간 3조원에서 2조원대로 줄었지만, 군인연금은 적자폭이 점차 늘고 있어 '특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 국민연금만 손해보라고? 공무원·군인연금도 '불똥'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5년간 공적연금에 대한 국고보전금은 20조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고).
공무원연금 국고보전금은 2014년 2조5548억원에서 2015년 3조727억원으로 늘었다 개편 이후 2조원대 초반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늘어나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국고보전금 총액은 13조801억원이다.
군인연금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4년 정부의 국고보전금은 1조3733억원에서 2017년 1조4657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군인연금은 만성적자 규모가 점차 심해진다는 점에서 공무원연금보다 심각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공무원연금 운영방식을 준용하고 있는 사학연금도 국민연금 못지않게 상황이 심각하다. 현재까지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는 2023년에 적자로 전환돼 2033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재정추계 결과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연금은 3년 전 개편을 통해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면서 "군인연금은 당시 특수성을 감안해 개편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 '연금 통합론' 다시 고개…국민연금 폐지론까지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공적연금에 대한 특혜성 지원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매년 수조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를 보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
상황이 심각해지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3일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개편과 맞물려 '연금 통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고보전을 해주고 있는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국민연금의 원금을 돌려달라는 게 상당수 가입자들의 요구다.
'국민연금'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현황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달 들어서만 2000건 가까운 청원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국민연금 개편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거나 폐지하고 원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다. 특히 지급시기를 강제로 늦추려는 시도에 대해 불만이 거세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혈세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청원자는 "군인연금은 이제껏 한 번도 개편 없이 국가 세금으로 연명해 왔다"면서 "공무원,사학연금 또한 국민연금과 형평성있게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연금개혁 불가피한 현실…'형평성' 갖춰야 국민 납득
하지만 무조건 분노하기보다는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금개혁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고통분담을 전제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번 논란의 본질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권마다 본질적인 개혁을 회피하고 '폭탄 돌리기'로 일관한 게 사실이다.
다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면 공적연금과의 '형평성'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아무리 그럴듯한 방안이라도 형평성이 없다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을 납득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복지부] |
때문에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에 대한 개편도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게 다수 국민들의 여론이다. 특히 국민연금만 국가보전 의무가 없다는 것도 불공평한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본질적인 개혁방안의 하나로서 공적연금 전체를 '확정기여형'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납세자연맹은 "고령화·저출산 환경에서 적립식 국민연금 제도로는 지속가능한 연금운영 불가능하다"면서 "보험료 원금에 이자만 더해 주는 확정기여형 연금제도로 모든 공적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국민연금 개혁은 단순한 수학적 계산이나 공포감을 조성해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노후 삶에 대한 실질적 사회보장이라는 기본 명제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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