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금융감독 혁신이 시험대에 올랐다. 즉시연금 사태가 법적 다툼으로 번지는 가운데 암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문제 등 난제들이 쌓여있다. 취임 직후 정중동 행보를 보였지만 소비자 권리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금융사와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16일 윤 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즉시연금 사태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입장과 대응 방안 등을 밝힐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발언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즉시연금을 비롯해 금융권 현안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앞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관련 미지급액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했다. 이어 삼성생명은 금감원에 관련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이 소송을 당한 가입자를 지원키로 하면서 당국과 보험사들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암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문제도 화두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은 요양병원이 암의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일부 보험사를 대상으로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에 금감원이 보험사 국민검사나 가입자에 대한 일괄구제 등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핵심 과제로 꼽았던 만큼 관련 현안에 대해선 정면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지난달 소비자 보호를 큰 방향성으로 잡고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사에 대한 감독 강화를 우선하겠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그간 낮은 자세를 고수했던 윤 원장의 행보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내달 초 금융지주사 이사회 의장들과 면담을 갖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등 지배구조 운영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금감원은 CEO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CEO 핵심 후보군 2~4명을 선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감독규정에 반영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관치 논란을 살 수 있어 업계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금융사 종합검사, 은행 점포 폐쇄 모범규준 마련, 대출금리 제도개선 등 과제들도 산적해있다. 금융사의 경영 자율성 보장과 감독의 적정성, 소비자 보호 등의 관점에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 맡겨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당국은 모든 것을 감시·감독하려는 인상"이라며 "큰 틀을 제시하고 여기에 벗어날 경우 엄한 처벌을 내리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방식은 당국과 금융사 모두 비효율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 쇄신 과제를 안고 있다. 일단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T·분쟁 등 감독수요가 높은 부문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기능 중복부서 폐지, 인력의 적정 배치 등을 통해 조직 및 예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인사 부문에선 채용절차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고 내부규율 체계 확립 등을 추진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보호원 대표는 "소비자 보호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지만 전문성이나 조직 역량 측면에서 금감원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내부 개혁과 함께 외부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소비자 분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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