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올들어 꼬리를 무는 악재에도 올들어 9% 가량 급락한 금값의 추가 하락을 겨냥한 베팅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골드바 [사진=한국거래소] |
금과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3주 연속 ‘팔자’가 지속, 5년래 최장기 매도 기록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금값 하락을 예측한 숏 베팅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
날로 깊어지는 신흥국 위기와 유럽 정치권 혼란, 여기에 무역 마찰까지 굵직한 리스크에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두드러지지만 달러화 상승이 금값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들어 뉴욕증시의 금 연계 ETF에서 14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했다.
또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세력의 금에 대한 숏 베팅이 2006년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이들의 숏 포지션이 21만5000계약으로 수 주일째 사상 최고치에 머물고 있다.
이와 별도로 CNBC에 따르면 투기 거래자들의 금 매도 포지션이 매수 포지션을 추월, 200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순매도 전략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렉스 스펙트론의 데이비드 고베트 금속 상품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장기간에 걸쳐 금 연계 ETF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은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다”며 “금에 비해 달러화의 안전자산 매력이 더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금값 하락 베팅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올들어 금값은 9%에 달하는 하락을 기록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이 올해만큼은 투자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금값 약세는 달러화 강세와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며 “금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경우 이는 곧 달러화의 정점을 의미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주 잭슨홀 미팅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통화 정책 관련 발언에 달러화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고, 이는 금값까지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투자자들 사이에 상반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유럽의 금 연계 ETF로 올들어 13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된 것. 특히 엑스 트랙커 금 현물 ETF의 자산은 연초 이후 세 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의 머니매니저들도 금 연계 상품에 11억달러의 뭉칫돈을 베팅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라화가 폭락한 가운데 터키 투자자들의 금 매입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현지 금값이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거래량도 두 배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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