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숙명여고 교무부장 쌍둥이 자매 전교 1등 의혹이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본질이 현 입시제도의 절대적 요소인 '내신 경쟁'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교육청 전경. 2018. 08. 29. [사진=김경민 기자] |
숙명여고 의혹은 이 학교 교무부장의 고등학교 2학년 쌍둥이 딸이 지난달 기말고사에서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유명 수학학원에 다녔지만 ‘상위권 반’에 속한 것도 아니었다던데” “1학년 성적이 전교 100등 밖이었던 애들이 짧은 시간에 일취월장하는 게 가능하냐” 등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 한 학부모 민원전화도 강남서초교육지원청으로 들어왔다.
이 같은 의혹은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4일 공개한 특별장학 결과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쌍둥이 자매 중 A양은 성적이 1학년 1학기 59위→1학년 2학기 2위→2학년 1학기 1위로, B양은 1학년 1학기 121위→2학기 5위 →2학년 1학기 1위로 급상승했다.
아울러 29일 발표한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교무부장이 6회에 걸쳐 문제지와 정답지를 검토 및 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교무부장이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도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보다 명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30일 경찰청에 교무부장을 포함해 학교 관계자 4명을 고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면엔 ‘과도한 내신 경쟁’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근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교에서의 내신과 평가 문제가 대학 진학에 있어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며 “지나친 부모의 사랑과 어긋난 욕망이 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숙명여고는 전체 학교를 통틀어 우수 학교로 손꼽히는 곳”이라며 “교사, 관리자, 학부모의 도덕성이 해이해져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교육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관계자 또한 “80%에 달하는 압도적 수시 비율에서 발생하는 피 말리는 ‘내신 경쟁’이 이번 문제의 본질”이라며 “수시 비리는 치열한 내신 경쟁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숙명여고 학교법인이 이번 사태 관계자들에게 어떤 징계를 내릴 지도 눈 여겨볼 부분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평가 관리의 공정성을 훼손한 책임을 물어 교무부장과 교장·교감에 대해 정직 처분을, 담당 교사에 대해 견책 처분을 학교법인에 요청했다.
김 소장은 “사립이 존속할 수 있는 이유는 대학 진학에 사활을 걸기 때문”이라며 “공립학교와 달리 징계를 받아봤자 교사에게 불이익이 거의 없으니 서울시교육청의 징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