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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요지경②] 멍들고 있는 경찰··· "힘들지만 사명감 있어"

기사등록 : 2018-09-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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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공권력... 경찰관은 한숨만
사회적 약자 대할 때 더 까다로워... 노숙인에 여성까지
전문가들 "경찰 공권력 강화할 필요 있어".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날이 저물고, 유흥가의 불빛이 문득 화려해질 무렵. 지구대 경찰관의 하루는 비로소 시작된다. 밤의 지구대는 늘 소란스럽다. 경찰에게 욕설을 내뱉는 취객은 이제는 익숙하다. 때때로 경찰을 향해서 폭행을 가하는 시민도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경북 양양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 김선현(51) 경감이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무너진 공권력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 무너진 공권력... 경찰관은 한숨만

3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무 수행 중 용의자 등의 공격으로 부상 당한 경찰은 2400명이 넘는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공무 중 순직한 경찰관은 총 152명이다.

고속도로순찰대 제6지구대 대원들이 27일 남해고속도로 진영휴게소(순천방향)에서 졸음운전 예방을 위해 졸음방지껌 등을 제공하고 졸음쉼터를 안내하고 있다.[제공=경남지방경찰청] 2018.7.27.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추락한 공권력을 뼈저리게 느낀다. 서울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시민에게 폭언·욕설을 듣는 일은 당연지사"라며 "그저 불미스러운 일만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시민의식이 성숙해지면서 경찰을 함부로 대하는 취객은 줄어드는 추세다. 서초구의 한 지구대 팀장은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되는 주취자는 최근 100명 중 1명 정도로 과거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계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경찰서 기물을 부수는 등의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힌 사범은 1만2880명으로 확인됐다.

◆ 사회적 약자 대할 때 더 까다로워

최근엔 여성 주취자를 상대하는 일이 경찰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다. 한 지구대 경찰관들은 "경찰마저 여성 취객을 상대할 때 어려움이 많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술에 취한 여성을 깨우려면 신체 접촉은 불가피하지만, 성추행 논란에 얽매일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서울 강남서 기동순찰대 소속 A경위가 여성 주취자를 깨우는 과정에서 성추행 의혹을 받을 것을 염려, 여성의 머리채를 잡았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남서는 이 경위가 부당한 대응을 했다고 판단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순찰 업무를 담당하는 한 파출소 팀장은 "현장에 가면 '손대지 말라'며 항의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택시기사나 함께 술을 마신 회사 동료들조차 술 취해 잠든 여성을 깨우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요즘 뜨는 연트럴파크(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에 세워진 안내판 2018.6.20 [사진=김세혁 기자]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인 노인이나 노숙인 역시 상대할 때 곤란한 점이 많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술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잘한 폭행이나 난동을 부리다가 잡혀 오는 일이 부지기수다. 노숙인을 많이 상대해봤다는 한 경찰관은 "대화가 안 통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보통 노숙인은 보호자도 없다. 문제를 일으켜도 심각한 일이 아닌 이상 경찰은 다시 노숙인쉼터로 인계한다. 그러나 밤이 되면 노숙인들은 다시 유흥가를 기웃거리다 문제를 일으키고, 경찰은 매일 밤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 전문가들 "경찰 공권력 강화할 필요 있어".

전문가들은 지나친 공권력의 행사를 경계하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공권력 강화는 필요하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무조건 엄하고 무섭게 범인을 다루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시민사회의 안전을 위해 단호하고 엄격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서는 경찰 공권력 강화를 위해 테이저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테이저건은 제한적 허용 상태다. 경찰들은 근무수칙에 따라 실탄과 테이저건을 소지하고 근무한다. 하지만 최대한 사용을 지양한다는 것이 경찰들의 전언이다. 잘못 사용했을 시 징계를 당할 수도 있어서다.

곽 교수는 테이저건 사용에 대해선 "테이저건을 허용하면 그다음은 총기"라며 "테이저건을 최후의 수단이라고 여기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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