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고홍주 기자 = 대법원 재판자료 등을 무단 반출하고 파기한 의혹을 받는 전직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12일 검찰에 2차 소환조사를 받는 가운데, 억울하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유 변호사를 소환조사 중이다. 지난 9일에 이어 사흘 만에 재소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오후 1시 54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석한 유 변호사는 "확약서는 형사소송법상 작성 의무가 없는데 검사가 장시간에 걸쳐 작성을 요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를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법관들을 포함, 주변에 이른바 '구명 이메일'을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저의 안위를 걱정해서 먼저 소식을 물어보는 사법연수원 제자들, 법대 동기 몇 명, 고교 선배 등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메일을 보냈다"면서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돼서 조사를 받기도 전에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 사실화 되는 상황에서 억울한 처지를 주변 사람들한테도 호소하지 못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대법원 기밀자료를 무단 반출·폐기 논란에 휩싸인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전 대법원 재판연구관)가 11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관련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9.11 adelante@newspim.com |
검찰에 따르면 유 변호사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유출한 의혹을 받는다.
그는 또 법원을 떠나면서 '통합진보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을 비롯해 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는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파일 등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저장하거나 출력된 문서 형식으로 가지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일 이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한 차례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미 검찰이 확보한 문건 1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9일 유 변호사를 직접 소환조사하고 이튿날인 10일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유 변호사가 불법 반출한 문건을 자체적으로 회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이처럼 영장이 수 차례 기각되는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 됐던 관련 자료들을 전부 파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두 번째 영장이 기각된 10일 저녁 "유 변호사가 '새로운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 출력물 등은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이와 관련 11일 "제가 이 문건들을 가지고 있는 한 검찰이 계속 압박할 것으로 예상, 스트레스가 극심해 문건을 폐기했다"며 "이미 법원에서 위법 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검찰은 5일 첫 압수수색 당시 실질적인 압수수색이 끝난 후 압수수색 대상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자료 임의 제출을 설득하고 현상을 보존하겠다는 확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압수수색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면서 "당시 보관한 자료들은 정식 등록된 자료가 아니라 폐기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전 11시 유 변호사에게 통진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관련 문건을 넘긴 것으로 의심받는 김현석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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