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8차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본인은 잘 모른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이중적인 잣대라는 지적과 함께 ‘내로남불’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 후보자(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는 1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에 “법관업무와 세 자녀 양육을 병행하느라 대부분의 생활을 친정어머니께 의존하는 과정에서 주민등록증도 어머니께 맡겨 놨다”며 “주소지 이전은 어머니가 하신 일이라 정확한 상황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1991년 10월 마포구 빌라로 위장전입 △1992년 8월 서초구로 이사 뒤 주민등록은 마포구에 잔류 △1993년 11월 마포구 모친 지인의 집으로 위장전입 △1994년 11월 마포구 친정으로 위장전입 △1995년 3월 이 후보자 배우자가 광주로 위장전입 △1996년 8월 마포구 새로운 친정집으로 위장전입 △2007년 8월 서초구에서 마포구 동교동으로 위장전입 △2010년 6월 송파구로 위장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공직에 있으면서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주민등록법 37조에 따르면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해 거짓의 사실을 신고 및 신청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엄격한 법을 다루는 판사가 국민들에게 준법을 주문하면서, 정작 자신은 불법을 일삼아온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일각에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의미의 내로남불로 비유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2018.09.11 yooksa@newspim.com |
이런데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자는 8번 위장전입했지만, 부동산 투기나 자식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위장전입이 아니다”며 “남편은 부산, 자기는 광주, 종교적 문제로 둘째가 태어날 때까지 어머니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아픔의 애정행각, 자식의 일탈로 강남에서 강북으로 전학 전전”이라고 이 후보자를 두둔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판사 출신의 위장전입한 인사는 또 있다. 안철상 대법관 후보자와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안철상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해 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지적에 대해 “장녀 때문에 한 번, 장남 초등학교 때 두 번 했다”며 “저 자신에게 실망했고 제 불찰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도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자녀를 위한다는 짧은 생각에 한 번만 버스를 타고 통학할 수 있는 곳에서 진학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내 친구와 잘 아는 분의 집으로 위장전입을 했다”며 “그 점은 제가 공직 후보자로서 가장 부끄럽게 여기는 부분”이라고 사과했다.
앞서 청와대는 위장전입을 비롯해 병역기피,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성(性)비위 등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시행하고 있다. 위장전입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장관으로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부터 총 2회 이상일 경우 원천 배제된다. 이 후보자는 2005년 이후 2007년과 2010년 위장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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