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속도조절 발언을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선거유세 현장에서 핵실험이 없는 한 (비핵화에) 얼마나 오래 걸릴지에 상관 안한다”고 밝혔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인 노림수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1년 내 비핵화→첫 임기 내 비핵화→비핵화 시간표 없다
지난 7월만 해도 트럼프 정부가 1년 내 북한 비핵화 실현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당시 매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년 내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러다 9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 1월 내에 비핵화를 거론한 것이 확인됐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같은 달 “김 위원장이 약속한 대로 2021년 1월까지 완료될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절차를 시작하자”고 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첫 임기 내 비핵화라는 시간표를 만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북한 비핵화 시간표는 없다는 게 확인됐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인 지난달 26일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 내 외교라인의 언급만 놓고 볼 때 1년 내 비핵화, 트럼프 첫 임기 내 비핵화, 비핵화 시간표는 없다는 상황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7일(현지시간) 발언은 "비핵화 시간표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대북 전문가들 "유세현장서 나온 발언, '비핵화 업적' 선전 차원일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무기한' 입장을 밝힌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최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실무협상이 열리지 않는 등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유세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6일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이 세운 객관적인 ‘비핵화 업적’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유세현장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북한 협상 업적에 대해 가장 많이 어필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향후에 있을 구도 등을 속속들이 다 들어내거나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난항이 있다, 시간을 연장할 수 밖에 없다는 개념과는 결이 다른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제기되는 북핵 비핵화 조급증에 대한 일종의 방어논리”라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이어 “북한 비핵화 과정은 중간선거가 끝난 다음, 물밑으로 진행되는 협상구도와 향후 일정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미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협은 관리하면서 비핵화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대북제재 해제를 봤을 때 급한 것은 김정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북한의 입장을 충분히 파악하고 최대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유세현장이기 때문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본인의 치적을 선전하는 차원”이라고 전제한 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이미 중장기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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