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대법원이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정부가 청구권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꿀지 주목된다.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청구권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검토하겠다는 '저강도(low-key)' 대응을 보였으나, 일본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한일관계 경색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춘식 강제징용 피해자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2018.10.30 kilroy023@newspim.com |
◆ 민관공동위 구성해 정부 입장 정할 듯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된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면서 "이를 토대로 국무총리가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정부의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2005년 한일협정 문서 공개 당시 후속대책 논의를 위해 구성했던 민관공동위원회 형식의 기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5년 8월 민관공동위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일본에 추가 보상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면서 새롭게 구성된 민관공동위가 13년 전 결정을 뒤집을지 주목된다.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뉴스핌 DB] |
◆ 정부, 50년만에 청구권 입장 바꿀까
대법원이 이날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이후 지난 50년간 정부가 유지해온 입장과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국가가 배상금을 받아 피해 국민에게 나눠주는 '일괄처리협정 방식(lump-sum settlement)'을 따랐다. 지난 2005년 재검토에서도 일본의 무상공여 3억달러에 강제징용 배상 자금이 포괄적으로 포함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일본 신일본제철에 대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면서 징용 피해자들의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도 강제징용 청구권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기존 입장과 변화가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정부의 입장에 대한 여러가지 검토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춘식 강제징용 피해자 및 피해자 유가족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길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기 위해 행진하고 있다. 2018.10.30 kilroy023@newspim.com |
◆ 韓 정부 저강도 대응에도 日 강력반발
정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한일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없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저강도 대응, 이른바 '로키(low-key·절제된 형태)' 대응으로 기조를 잡은 모습이다.
이 총리는 한국 정부가 한일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고, 노 대변인은 "한일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양국이 지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에 청구권 관련 문제 대책실을 설치하고 국제사법재판소 제소까지 시사하며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번 판결로 인한 한일관계 경색 국면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한국에 국제법 위반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즉시 강구하길 요구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국제재판을 포함해 여러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한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30일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이 일본 기자단과 만나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한국 대법원은 이날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일본 외무성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쌓아온 한일 우호협력관계의 법적기반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것"이라며 "대단히 유감이며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이 대사를 초치했다. 2018.10.30 |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