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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특별재판부-법관 탄핵 다 안돼”…문제 해결 의지 있나

기사등록 : 2018-11-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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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27일 국회에 의견 제출…“탄핵 검토 의결, 법적효력 없어”
특별재판부에 대해서도 ‘위헌’ 의견 밝혀…사실상 모두 반대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대법원이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와 연루 법관 탄핵에 대해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법은 특별재판부에 대해 ‘위헌’ 입장을, 판사 탄핵에 대해선 ‘법적 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는 등 ‘아무것도 안 된다’는 고집을 피우고 있는 모양새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 표명한 지 반 년이 지났지만, 법원행정처 폐지 외에 별 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는 20일 오전 강남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출근을 하고 있다.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법관대표회의 탄핵소추 검토 의결, 법적효력 없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대법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된 탄핵소추 검토 의견에 대해 “다른 헌법기관에 대한 법률적 효력이 전혀 없고 대법원장에게 어떤 건의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질의응답서를 지난 27일 당 의원실에 제출했다.

또 대법은 질의서에서 “의결 과정에서 반대 의견도 상당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대법원은 의결의 형태로 제시된 의견은 물론, 그와 다른 다양한 의견들도 함께 경청하면서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실상 조직 차원의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밝혔다.

앞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9일 열린 2차 정기회의에서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고 의결한 바 있다. 당시 105명 중 53명이 찬성, 43명이 반대, 9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다만 참석자들은 정식으로 국회에 탄핵소추 의결을 요구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법원 내 갈등은 증폭됐다. 김태규(51·사법연수원28기)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명확한 근거 없이 동료 판사 탄핵 의견을 낸 법관대표회의를 탄핵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을 두고도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에 법관 사찰 피해자인 차성안(41·35기) 사법정책연구원 판사는 지난 26일 코트넷에 글을 올려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는 판사들이) 무슨 행위를 했는지는 1년 8개월 간 세 차례의 법원 내부조사과정과 6개월가량의 수사과정에서 많이 밝혀졌다”며 “여전히 동료 판사들이 뭘 했는지 잘 모른다면, 그건 자료들을 충분히 읽지 못할 정도의 바쁜 사정 등이 아니라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근거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법관 탄핵 소추안 발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주평화당은 찬성을,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반대 의견을 내세우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대법이 여기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결국 법관 탄핵안 발의는 사실상 연내 추진 동력이 상실된 상태다.

 ◆ “특별재판부는 위헌..사법부 독립에 영향 미칠 수 있다”

대법은 특별재판부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탄핵소추 검토에 대해서 ‘법적 효력이 없다’에 그친다면,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위헌’이라고 단호하게 입장 표명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특별재판부 도입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원행정처 전체의 의견”이라며 “10년, 20년 뒤에도 특별재판부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법부 독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사법농단 사건 수사 초기부터 재판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특별재판부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사법농단 사건은 부패전담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부·21부·22부·23부·27부·32부·33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 재판부 상당수가 사법농단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역시도 거부했다. 중앙지법은 임 전 차장의 기소를 앞두고 형사합의34·35·36부를 증설했다. 이들 재판부는 사법농단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연루된 판사들이 아닌 판사들로 구성돼 있다.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은 결국 새로 증설된 형사합의36부에 배당됐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의 사건을 심리할 윤종섭(48·26기)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도 없고 법원행정처나 재판연구관 업무경험이 없다. 공정성 논란을 피하면서 특별재판부 설치라는 사상 초유의 ‘사법부 패싱’사태도 피할 수 있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27일 오전 9시11분쯤 70대 남성이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길에 화염병을 투척했다. 인명피해는 없었고, 경찰은 해당 남성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2018.11.27. adelante@newspim.com

 ◆ ‘화염병 테러’까지 일어났는데…대법, 문제해결 의지 있나

김명수 대법원은 그야 말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급기야 지난 27일 오전 9시11분께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에서 자신의 민사소송 판결에 불만을 품은 남모(74) 씨가 김 대법원장이 탄 차량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보안관리대와 시민들이 곧바로 불을 진화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법부 불신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데서 충격이 컸다.

하지만 대법은 사태 초기부터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해결에는 소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사법농단 사태의 시발점이기도 한 법관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조사는 대법 자체적으로 1년 8개월여간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지만 “판사들의 사찰은 있었어도 인사불이익은 없었다”는 모순적인 결과로 종결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이 최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법관 불이익 자료를 무더기로 확보하면서 대법이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28일 오전 출근길 기자들에 “명의는 환부를 정확히 지적해서 단기간 내에 환자를 살려야 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환부를 많이 찾아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대법은 내달 3일 법관징계위원회를 열어 사법농단 연루 판사 13명에 대해 징계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법관에 대한 징계는 감봉·견책·면직 세 가지다. 가장 높은 단계 처분인 면직도 최장 1년까지로 제한돼 있어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법원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단기간 내에 바꾸는 건 쉽지가 않은 일”이라면서도 “대법이 처음부터 이 사태를 명예롭게 마무리짓고 싶었다면 (수사 의뢰 등) 파격적인 카드를 진작 꺼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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