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KB국민은행이 내년 신입행원 연수부터 100km 행군 프로그램을 폐지한다. 10년 이상 지속해온 프로그램이지만,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에 여성 직원들에게 피임약까지 지급하는 등 무리한 운영으로 논란이 더해지면서 폐지를 결정했다. 대신 KB금융그룹 차원의 '원펌(One Firm)' 교육과 자율 연수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달 말부터 2019년 신입행원(L1) 연수과정에 들어간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415여명을 뽑는 하반기 정기 공개채용에 돌입해 지난주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논란을 샀던 100km 행군 프로그램은 이번 연수부터 폐지된다. KB국민은행은 매년 9주 간의 연수 기간 중 마지막 일정으로 무박 2일 100km 행군을 실시해왔다.
행군을 포함한 획일적인 프로그램 대신 자율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이 일방적으로 짠 프로그램에 참여시키지 않고 연수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팀 자유여행을 실시한다.
그룹 연수도 새로 추가했다. 계열사별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룹 연수로 각 계열사가 어떤 업무를 맡고 어떻게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공유하는 자리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계열사 간 협업을 확대하고 유기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원펌 전략'을 강조해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은행에서 프로그램을 지정해줬는데, 앞으로는 자율적으로 구성하면 된다"며 "정해진 예산 범위 안에서 프로그램을 짜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진=KB국민은행] |
디지털 교육도 진행한다. 디지털 금융, 데이터 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뿐 아니라 IT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등 IT 기초이론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코딩 교육과 앱 개발 체험도 실시하기로 했다.
기존에 실시했던 영업점 현장 실습(OJT·On the Job Training) 기간은 확대한다. 하루만 진행했던 OJT를 5일로 늘려 실무 능력 향상을 꾀한다. 하루 이틀 현장에 투입되면 영업 협장에 방해만 되고, 교육 효과도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KB국민은행이 연수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은 지난해 행군 프로그램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업무 능력과 상관없는 프로그램으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여직원에게 피임약까지 지급하며 무리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 문제가 됐다. 강제성은 없었지만 행군 날짜에 생리주기를 피하길 원하는 사람이면 피임약을 지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진행하던 행군이나 해병대 캠프 같은 연수 프로그램은 없어지는 추세"라며 "실무와 연관된 프로그램이나 IT 교육을 도입하는 등 은행권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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