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절차가 다시 안갯 속으로 빠져들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예정됐던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 연기하면서다. 큰 표차로 하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메이 총리는 하원 투표 일정을 재조정하겠다며 투표 때까지 가장 논란이 되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의 '안전장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현재대로라면 나중에가서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 하원 전체 650명 중 의결권이 있는 639명 가운데 반대 인원이 4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반인 320명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집권당인 보수당 314명 전체와 보수당과 연합을 구성하는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 10명이 모두 찬성하면 과반을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보수당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상당하고 야당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 하루 앞둔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의회 투표를 연기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18.12.10. |
이와 관련 영국 BBC방송은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이 하원에서 부결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6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노 딜(No deal) 브렉시트 △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재투표 △EU와 재협상 △조기 총선 △내각 불신임안 표결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등이다. 이같은 시나리오 중 일부는 타외신 분석 내용을 덧붙여 보도 내용을 정리해봤다.
우선, 합의안이 부결돼 내년 3월 29일 영국이 협상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가 가능하다. 이는 최악의 선택지로 불린다. 앞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내년 3월 29일, 전환기간 없이 무질서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영국 경제에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가파른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협상안이 부결되면 의회에서 재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의회가 단일 회기에서 같은 주제를 두 번 투표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재투표 역시 간단치 않다. 정부가 EU를 설득해 합의안에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재투표가 가능하다고 BBC는 설명했다.
영국의 EU와의 재협상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우선 브렉시트의 시기를 연장하는 것이다. 회원국의 EU 탈퇴 절차를 담은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르면 회원국이 탈퇴를 신청한 뒤 2년 내 합의도출에 실패할 경우 EU는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협상 기간 연장을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3월 29일로 예정된 영국의 EU 탈퇴 시점이 연장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회원국의 전원 동의가 필요한 만큼 EU의 재협상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BBC는 진단했다.
메이 총리가 부결 이후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기 총선을 개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원의원 총 650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EU 탈퇴 기한을 연장해야 하는 과정도 수반된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메이 총리 내각의 불신임 표결이 진행될 수 있다. 야당은 협상안이 부결됐을 경우 보수당 정권에 공식적으로 불신임 표결을 요구할 수 있으며, 오히려 메이 총리가 정권을 지키기 위해 불신임 표결을 요청할 수 있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메이 총리를 비롯한 현 내각 관료의 대대적인 사임이 불가피하다.
브렉시트 여부를 다시 묻는 '두번째 국민투표'가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와 관련해 새로운 입법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3월 29일 이전에는 개최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탈퇴 기한 연장도 EU에 요청해야 한다. 앞서 보수당 일부 의원은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물리적으로 내년 5월은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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