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다음 주자이자,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겨냥한 특검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받았던 ‘드루킹’ 특검팀은 시작과 달리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며 끝났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현 정권 최고 실세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비롯해 고(故) 노회찬 의원 등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도두형(61) 변호사의 신병확보에 실패했다.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인 ‘초뽀’ 김모(43)씨와 ‘트렐로’ 강모(47)씨를 구속기소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허익범 특검팀은 지난 8월 27일 60일 간의 수사를 마무리하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1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수사 연장을 포기하고 60일 내 수사를 마무리했다. 역대 13번의 특검 수사 중 연장을 포기한 사상 최초 특검이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드루킹 특검 사무실에서 지난 60일간 벌인 특검수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이날 '대(對)국민 보고'를 마지막으로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 등에 대한 수사를 공식 종료했다. 2018.08.27 deepblue@newspim.com |
법조계에선 수사 초기부터 ‘빈손 특검’이 예견돼 있었다는 평이다. 경찰과 검찰이 초동 수사 단계에서 핵심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데다, 김 지사와 송인배 청와대 비서관 등 현 정권 실세들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이중으로 떠안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수십 차례 압수수색을 했음에도 핵심 증거가 되는 ‘스모킹건’은 결국 찾지 못했다. 특히 김 지사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느릅나무 출판사를 드나드는 폐쇄회로(CCTV) 화면 등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드루킹 김동원 씨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를 이어갔다.
또 김 지사가 드루킹 김 씨가 자신의 측근이었던 도 변호사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주는 조건으로 6·13총선 당시 댓글공작 도움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확실한 증거를 입증하지 못했다.
특검은 경공모 회원을 비롯해 사건 관계자 48명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경공모 자금이 고 노회찬 의원 측에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노 의원이 7월 23일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 등 일각에선 허익범 특검팀에 대해 ‘다음 정권에서 특검의 대상’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초라한 수사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드루킹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겠다는 의지가 과연 있었냐는 의심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서초동의 한 법조계 인사는 “특검은 검경 수사에서 나온 것 이상의 결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 정부 핵심인사에 대한 수사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수사 연장 시도도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특검은 최종 수사결과 발표 당시 “앞으로 재판 과정을 잘 지켜봐달라”고 당부했으나, 현재 관련 재판에서는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 사이의 설전만 벌어지고 있다. 법원 주변에선 그야말로 ‘잡범과 특검의 입싸움’이란 노골적인 비판이 새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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