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서영욱 기자 = 신혼희망타운 청약과정에서 청약 만점자가 쏟아지며 입주자 선정이 말 그대로 '로또' 추첨 방식으로 이뤄졌다.
입주자를 선별하는 가점기준이 허술한 탓이다. 집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우선 배정하지 못하고 기준 없는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하며 신혼희망타운 공급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지역 안배에도 실패한 모습이다. 하남시에 위치한 위례신혼희망타운은 서울과 인천 거주자에게도 청약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만점자만 1400여명이 나오는 바람에 사실상 서울과 인천 거주자에게는 우선공급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1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14일 당첨자를 발표한 위례신혼희망타운의 가점 만점자는 모두 1397명이 나왔다. 이 단지의 공급가구수는 340가구. 만점자가 공급가구수의 4배를 넘었다. 84점 만점인 일반 아파트 청약에서 만점자가 나올 확률이 '하늘의 별따기'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숫자다.
위례신혼희망타운 조감도 [자료=LH] |
신혼희망타운은 예비신혼부부나 결혼 2년 이내 신혼부부, 만3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에게 30%를 먼저 공급하는 우선공급과 나머지 70%를 공급하는 잔여공급으로 나뉜다. 우선공급과 잔여공급 가점기준이 각각 다른데 만점자는 대부분 잔여공급에서 나왔다.
만점자가 무더기로 양산된 이유는 정부의 허술한 가점 기준 때문이다. 일반 아파트 청약가점은 부양가족(최고 35점), 무주택기간(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을 합산해 계산한다. 각 항목별 최고 점수는 17~35점, 기준에 따라 1~5점의 차이를 둬 분별력을 높였다.
반면 신혼희망타운 가점은 3개 항목 9점 만점으로 단출하다. 우선공급 가점은 가구 소득(3점), 해당 시‧도 연속 거주기간(3점),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인정 횟수(3점) 총 9점 만점이다. 만점이 기준이 낮은 탓에 위례신혼희망타운의 우선공급 기준 9점을 받은 가점 만점자만 1369명에 달했다.
타입별로 전용 △46㎡A 260명 △46㎡B 45명 △55㎡A 807명 △55㎡B 257명이다. 77가구를 모집한 46㎡B형을 제외하면 만점자들끼리의 경쟁이었다. 전체 우선공급 가구수가 105가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만점자가 13배나 많았던 셈이다.
일반 아파트의 다자녀 특별공급 배점기준이 미성년자 자녀수(40점), 영유아 자녀수(15점), 세대구성(5점), 무주택기간(20점), 당해 시‧도 거주기간(15점), 입주자 저축기간(5점)을 따져 총 100점 만점으로 세분화돼 있다는 점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위례신혼희망타운 만점자별 현황 [자료=LH] |
동점일 경우 당첨자를 선정하는 방법도 우선순위가 없다. 하남시 거주자에게 30%를 우선공급하고 나머지 70%는 단순히 추첨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예비신혼부부나 결혼 2년 이내 신혼부부에게 신혼희망타운을 우선 공급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주거지원으로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을 독려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집이 꼭 필요한 신혼부부를 걸러내지 못한 채 단순히 운에 맡긴 추첨제로 당첨자가 가려졌다.
정부가 주거지원 대상으로 삼은 결혼 2년 이내 신혼부부는 우선공급에 당첨되지 못해 잔여공급으로 넘어가면 오히려 당첨이 불리해진다. 잔여공급 가점기준은 가구소득이 빠지고 미성년자수(3점)와 무주택기간(3점)이 더해져 모두 12점 만점이다. 모두 결혼 기간이 짧은 신혼부부에게 불리한 구조다.
허술한 가점 제도는 지역 안배에도 실패했다. 우선공급도 하남시 30%, 경기 20%,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나머지 수도권 지역에 50%를 배정했다. 하지만 만점자가 1369명이나 나오는 통에 해당 거주기간 점수를 받지 못하는 서울과 인천에 살고 있는 신혼부부에게는 사실상 우선공급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잔여공급도 해당 시‧도 연속 거주기간(3점)을 둬 서울, 인천 거주자에게 불리한 구조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분양가로 로또분양 논란이 일고 있는 신혼희망타운이 체계적인 기준 없이 단순 추첨제와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면 그야 말로 로또와 다를 바 없다며 "조금 더 집이 필요한 신혼부부에게 당첨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