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에 불을 붙였지만 조세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연간 4조5000억원(농어촌특별세 제외)이 넘는 세수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으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포함한 세제개편을 일절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존치 입장에 변함이 없다"라며 "현재 증권거래세 개편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세제당국이 증권거래세 폐지는커녕 세율 인하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 내는 세금이다. 코스피 상장 주식을 팔 때는 매도 금액의 0.15% 세율이 적용된다. 코스닥·코넥스 상장 주식을 양도할 때는 0.3%다. 금융투자업계는 증권거래세 폐지를 강하게 요구한다. 주식양도소득세가 있는 상황에서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면 이중과세이며, 이는 투자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주장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 주장에 동조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빌딩에 열린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나 인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증권거래세 폐지에 난색을 표한다. 기재부는 이중과세라는 업계 주장은 과하다고 지적한다.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를 동시에 내는 사람이 많다면 업계 주장이 타당하다. 현실은 주식 투자자 99.8%가 주식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한 종목에서 15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만 주식양도세를 부과한다"며 "전체 개인투자자가 약 500만명인데 0.2%만 주식양도세 낸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 시 세수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1년에 4조5000억원 가량 세수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증권거래세로 걷는 세금은 2013년 3조원을 돌파한 후 매년 증가 추세다. 2017년 기준 주식양도세로 걷은 세금은 2조3000억원이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폐지하면) 세수 감소도 우려된다"며 "현재 증권거래세 폐지는 물론이고 세율 인하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말했다.
기재부는 증권거래세 존치 입장을 강조하지만 국회가 변수다. 국회가 증권거래세 폐지나 세율 인하 관련 법 개정 키를 쥐고 있어서다.
국회가 증권거래세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면 기재부도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재부는 국회 입김에 못 이겨 세법을 개정한 전례도 있다. 2017년 소득세·법인세 최고 세율 인상과 2018년 종합부동산세 강화가 대표 사례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