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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냉전 최악의 수렁에서 냉전 종식의 무대로”

기사등록 : 2019-02-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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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는 27~28일 2차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이 꼽힌 것은 대단한 역사적 아이러니다.

냉전 당시 미국이 베트남 전쟁이라는 최악의 수렁에 빠진 장소에서 이제 냉전의 마지막 남은 실마리를 푸는 무대로 거듭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숙적이었던 베트남이 이제 미국의 안보 파트너로서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결정된 것은 지난 수십 년간 국제사회가 그만큼 급변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사진=블룸버그 통신]

◆ 왜 베트남인가?

미국과 북한이 70년 가까이 적대관계를 이어온 만큼 안보에 극히 민감한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가 베트남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과 군사 관계를 구축해 왔고, 베트남은 1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북한 대사관이 소재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또한 중국으로부터 빌린 항공기와 노후한 러시아제 여객기를 이용해야 하는 김정은이 우호적 영토만을 거쳐 이동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미국-베트남 관계 급속 발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4년 베트남에 대한 무역 제재를 철회하면서 양국 간 관계 정상화가 시작됐다. 이후 베트남은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모이’를 추진했고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오늘날 미국은 중국과 우리나라에 이어 베트남의 3위 무역 파트너국이며, 지난해 3월에는 미국 항공모함이 다낭에 정박할 정도로 긴밀한 안보 관계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과 밀착하는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김정은은 베트남의 선례를 따라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 북한과 베트남 관계는?

북한과 베트남은 마르크스주의라는 이념적 뿌리만 공유하고 있을 뿐, 냉전 종식과 함께 공산권이 해체되면서 관계도 껄끄러워졌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1964년 베트남을 방문한 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하는 북한 지도자가 된다.

◆ 베트남, 북미회담이라는 중요 행사 개최할 역량 있나?

베트남은 싱가포르처럼 효율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지만, 다수의 국제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다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참석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지난해 하노이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개최됐다.

◆ 북한, 제2의 베트남 될 수 있나?

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1980년대 베트남과 북한의 현재를 비교하며 북한이 베트남의 선례를 따라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38노스는 1980년대만 해도 베트남과 북한 모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국가 주도의 경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소련 원조와 무역 급감에 따른 경제 쇼크 등에 허덕이고 있었으나, 각자 다른 전략적 선택을 함으로써 길이 크게 갈렸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어 베트남이 경제개혁에 착수하고, 캄보디아 점령을 끝내고, 군부 규모를 줄이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의 원조와 투자, 무역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룩했듯이 북한도 고립주의와 군사적 대치에서 탈피하면 제2의 베트남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베트남 시내 전경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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