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불법 운행하는 차량까지 고려, 일시정지할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교차로에서 일시정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방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대법원은 “방 씨가 일시정지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채 교차로에 진입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자신보다 뒤늦게 교차로에 도달한 차량이 통행방법을 무시한 채 비정상적으로 진행하는 상황까지 대비해 일시정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일시정지 의무란 교통이 빈번해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교차로에서는 차량을 일시정지하고 좌우를 살핀 후 교차로에 진입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상의 의무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차량은 뒤늦게 교차로에 이르렀음에도 빠른 속도로 교차로를 통행하려고 하였다”며 “설령 방 씨가 일시정지한 다음 교차로에 진입했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방 씨는 2017년 9월 4일 신호등이 없는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광혜원산단길 사거리 교차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우측을 주시하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하다가 뒤늦게 오른쪽에서 들어오던 오토바이를 치었다.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 씨는 다음날 병원에서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교통정리가 행하여지지 않은 사거리 교차로에서는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하고, 교차로 진입 전 일시정지하는 등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며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교차로에 진입해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부주의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엄중한 결과가 발생해 이에 상응하는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방 씨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40시간의 준법운전 강의 수강을 선고했다.
이에 방 씨는 “교차로 진입 직전에 일시정지하였더라도 피해자와의 충돌은 막을 수 없었다”며 “이 사고는 피해자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지 피고인의 과실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방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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