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일본 정부가 노심초사한 마음으로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이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에 노출되는 상황이 유지되고, 일본의 대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여년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측 6자회담 대표로 나섰던 야부나카 미토지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진전 없이 "경제 제재를 해제함으로써 유화적인 대북 노선을 취하는 섣부르고 기만적인 합의를 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과 미국 모두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원하고 있지만, 북미 대화가 진척되면서 미일간 이해관계가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북미 간 중요한 의제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 위협이 되는 것은 ICBM이 아닌 북한의 단·중거리 미사일이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북한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이 철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본에 있어서 주한미군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일종의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집권 자민당의 마쓰카와 루이 의원은 "우리는 미군이 가능한 오래 한국에 남아있기를 원한다"며 "일본은 북미간 합의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미국을 계속 상기시켜야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2017년 이후 해빙기를 맞았지만 북한과 일본은 여전히 냉랭한 상태다. 북한 관영매체는 일본을 '조선민족의 원수인 섬나라의 야만인들'이라고 비난하는 등 여전히 날선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쌓기 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노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데 이어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가 작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국가안보를 이유로 일본의 금속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필수 산업인 자동차 부문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하자 일본은 미국과의 양자 무역회담을 받아 들여야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일본 야당인 국민민주당(국민당)의 오노 모토히로 의원은 미일 정상간의 강력한 개인적 관계를 이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전화나 만남은 없었다. 작년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전날과 당일 전화를 포함, 1차 북미정상회담에 이르는 3개월 동안 5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2차례 만났던 것과 대조적이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의회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핵과 미사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 중요한 납치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을 조율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간 자국민 10여명에 대한 귀국 문제를 놓고 미국에 오랫동안 지지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일본을 돕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사안은 북미간 대화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지는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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