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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美방해 불구 정면대응...미·중 무역협상 돌발변수

기사등록 : 2019-02-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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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의 기술굴기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 화웨이 전선에도 속속 구멍이 뚫리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의 압박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한창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에 화웨이를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돌발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화웨이 매장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의 전방위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군기지 내 화웨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화웨이와 ZTE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으며 기술탈취 혐의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하는 한편, 미국 의회는 화웨이 등 수출통제법을 위반하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에 미국산 반도체칩과 부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이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의 친딸 멍완저우(孟晚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에 이어 이처럼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 동시에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 및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국)를 주축으로 동맹들도 화웨이 몰아내기에 합류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장비에 설치한 이른바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장치)를 스파이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6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화웨이의 위험성을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 “미국 없어도 돼”

이에 런 회장은 미국 정부의 스파이 주장을 일축하면서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미국에 은근히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

런 회장은 18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에서 불빛이 꺼지면 동방의 불빛이 빛날 테고, 북쪽이 어두워지면 남쪽이 밝아온다"며 "미국은 세계의 전부가 아니며, 세계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런 회장은 미국이 동맹국들과 뭉쳐 화웨이를 배척하더라도 막강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얼마든지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화웨이 의존도가 상당히 높고 차세대 이동통신(5G) 부문에서 세계 1위인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않으면 5G 통신망 구축이 2년 이상 늦춰질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화웨이는 그간 미국이 등한시한 동유럽 등을 집중 공략하며 미국과 동맹국 우회하기 작전을 십분 펼치고 있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 [사진=블룸버그 통신]

◆ 미국의 반(反) 화웨이 전선 균열

이에 화답하듯 동유럽이 제일 먼저 미국의 반(反) 화웨이 전선에서 이탈하고 있다. 중국이 제공하는 투자, 무역, 사업 기회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드러내놓고 화웨이 편을 들고 있고, 체코와 폴란드는 미국과 중국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를 두고 정치인들이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독일은 이미 3개 통신사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이며, 화웨이를 배제하고 다른 제품을 사용하려면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독일 정부가 5G 네트워크 프로젝트에서 화웨이 배제를 원치 않는다는 독일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의 보도도 있었다.

심지어 파이브아이즈도 균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브아이즈 핵심국인 영국의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는 17일 "5G 통신망 구축 때 중국 화웨이 장비를 쓰더라도 안보 위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NCSC의 이같은 결론은 다른 유럽국들에 선례로 작용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밀어내기 전략에 큰 구멍이 생긴 셈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도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5G 네트워크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았고 아직 최종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가안보 우려가 해결될 수 있다면 화웨이 제품을 여전히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화웨이 배척 캠페인에는 호주와 일본, 뉴질랜드 등이 동참했으며 유럽연합(EU)도 동조할 조짐을 보이는 등 미국과 동맹을 중심으로 반화웨이 전선이 확산 일로에 있었으나, 각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와중에 영국과 뉴질랜드가 이탈하면서 전선에 큰 균열이 발생했다.

◆ 정면 승부 예고

런 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친딸 멍 CFO 체포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우선 나는 미국이 한 일에 반대한다. 이런 종류의 정치적 동기는 용납될 수 없다. 미국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른 이들을 제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은 이러한 전투적인 방법을 택한다. 우리는 이것에 반대한다. 하지만 일이 이지경이 됐으니 우리는 법원에서 해결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런 회장이 미국 정부와 갈등이 불거진 후 해외 언론과의 첫 단독 인터뷰에서 이처럼 정면 승부를 암시해, 향후 그의 행보와 화웨이가 중국과 미국 간 무역협상에서 어떤 변수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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