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시행한 베네수엘라 제재가 글로벌 원유시장에 도미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 교란이 두드러지는 한편 중질유와 경질유의 프리미엄이 역전되는 등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 압박을 가하기 위한 미국의 제재에 원유 시장이 신음하고 있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19일(현지시각) 라보뱅크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로 인한 원유 시장의 교란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중질유와 경질유의 프리미엄 역전이 이를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경질유는 중질유에 비해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지만 미국의 제재로 베네수엘라 산 중질유 공급이 마비되면서 중질유의 프리미엄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CNN은 북미 지역과 유럽의 원유 정제 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캐나다와 사우디 아라비아, 멕시코에 이어 미국의 4위 원유 수출국에 해당하고, 유럽 석유업계도 베네수엘라에 크게 의존하는 실정이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이 2015년 하루 240만배럴에서 지난해 말 134만배럴로 대폭 줄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원유 공급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만큼 제재로 인한 충격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셰브런은 미시시피 지역의 원유 정제 라인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 비상 대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제재가 시행되기 이전 셰브런이 베네수엘라로부터 공급 받았던 중질유 물량은 하루 평균 7만배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업체 측의 얘기다.
제재 이전 베네수엘라로부터 전체 중질유의 20%를 확보했던 발레로 역시 물량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업체 PDVSA가 보유한 휴스턴 소재 싯고 정유 역시 원유 정제 시설 가동이 멈춘 상황이다.
유럽 기업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의 토탈은 은행 자금 거래가 동결됐고, 베네수엘라의 해외 인력을 모두 출국시켰다.
원유시장 리서치 업체인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이 올해 하루 100만배럴, 이어 2020년 하루 89만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 제재에 따른 충격이 상쇄되지 않을 경우 원유 공급이 내년 하루 68만배럴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 투자 매체 CNBC는 미국 제재에 따른 원유 시장의 재편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세계 원유 공급의 무게중심이 중질유에서 경질유로 이동할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중질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북미와 유럽 정제 업체들이 대체제를 찾아 나서면서 원유시장 전반의 질서가 흔들릴 것이라는 얘기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