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해 무역전쟁과 이머징마켓 패닉에도 날개가 꺾였던 금값에 청신호가 켜졌다.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일제히 ‘사자’로 돌아선 한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골드바 [사진=블룸버그] |
최근 10개월래 최고치로 오른 금값이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올들어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매주 5만계약 내외로 금 선물 상승에 베팅했다.
지난해 하반기 주간 평균 5만계약 이상 하락 포지션을 취했던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한 해 동안 2006년 이후 최대 규모의 하락 베팅을 쏟아냈던 월가가 커다란 반전을 이룬 셈이다.
금 연계 ETF의 자금 유입과 거래도 후끈 달아올랐다. 자산 규모 110억달러의 밴엑 벡터 골드 마이너 ETF의 거래량은 지난 19일 하루에만 9000만건, 20억달러를 웃돌았다. 이 상품은 금속 관련 ETF 가운데 자산 규모 1위에 랭크됐고, 금과 은 또는 관련 광산주 투자 비중이 높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기거래자들의 숏 포지션 청산이 늘어나면서 금값 상승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비둘기파 정책 기조를 취하면서 달러화 상승 모멘텀이 꺾인 만큼 월가 투자자들의 금 선물 포지션에 추세적인 변화가 전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역시 금값에 호재로 꼽힌다. 또 일본은행(BOJ)의 경기 부양책 확대 언급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 보류 움직임도 금값 상승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 한파가 뚜렷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자산이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도 앞으로 금값을 낙관하는 근거다.
월가 투자은행(IB)은 적극적인 금값 상승 베팅을 권고하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SG)은 금과 그 밖에 광산주 매입을 늘리는 전략을 추천했고, UBS 역시 금 매수 대기 자금이 상당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하며 강세 전망을 제시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내고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금에 대한 투자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런던 소재 마렉스 스펙트론 그룹의 데이비드 고벳 금속 트레이딩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금값이 상승 탄력을 보이면서 매수 세력을 더욱 유인, 고점을 높이는 흐름을 연출할 것”이라며 “다만, 향후 주가와 달러화 추이가 금값의 단기 향방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 선물은 지난 20일 온스당 1346.80달러로 1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주춤하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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