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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D-1] "김정은, 핵보유국 입장서 협상하려 해…핵포기 아냐"

기사등록 : 2019-02-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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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포기보다 핵군축에 무게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산케이신문은 김 위원장이 말하는 '비핵화'의 의미가 모든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닌, 핵군축일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핵을 완성해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뤘다고 주장하는 만큼, 정권을 지탱하는 토대를 포기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신문은 "핵군축 협상이 된다면 한국과 일본을 사정거리에 두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당분간 그대로 있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 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 아이들이 평생 핵무기를 짊어지고 살길 원치 않는다"

지난해 4월 미국 중앙정보국(CIA) 장관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 방문했을 당시, 김 위원장에게 핵포기 의사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동행했던 앤드류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22일(현지시각)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공개한 발언이다. 

이후 미국은 김정은에게 비핵화와 대미관계개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지난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다.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발언은 이 외에도 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 후 미국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비공개 발언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속임수를 쓰거나 또는 시간 벌기를 해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럴 경우에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하게 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며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김정은 체제가 이어지는 한 핵무기를 손에서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핵을 포기한다면 북한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고 했다. 

◆ 北이 말하는 비핵화는 '핵군축' 가능성 커

북한은 지난해 남북·북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등을 통해 '비핵화'라는 단어를 언급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엔 김 위원장이 말하는 '비핵화'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실리기 시작했다. 

"장군(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예상 밖의 결단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재일동포 오진서라는 인물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해당 기사는 북한의 핵무기를 '민족을 보호하는 보검'이라고 부르면서 "한반도의 운명을 바꾼 평화의 보검"이 "미국과 강력한 힘의 균형을 이룬 공화국의 전쟁억제력"이 됐다고 했다. 

이어 2017년 반복된 탄도미사일 실험에 대해 "숨 돌릴 사이 없이 연속 날아올랐던 로케트들의 동음이 전쟁의 포성이 아니라 평화를 예고하는 승전의 메아리"였다며 "미국을 발아래로 굽어볼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비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산케이신문은 이 같은 표현에 대해 "보검인 핵무기를 완성했기 때문에 아버지(김정일)나 할아버지(김일성)도 이루지 못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논리"라고 풀이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해당 기사에 대해 "뒤집어보면 핵무기를 포기하면 미국, 한국과의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김정은 정권을 지탱해온 핵을 포기한다면 "북한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핵 포기가 아니라,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핵군축 협상을 나서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 신년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제안한 것"이라며 "북한은 아직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을 포기하겠다고 누구에게 약속하거나 선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영변 핵시설 등의 폐기만으로 미국이 상응하는 대가를 주게 된다면 "비핵화가 아니라 핵군축 협상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산케이신문도 비핵화 의지를 밝힌 김정은의 발언들이 "미국과 진지하게 핵군축을 논의하고 싶다"는 의미라면 거짓말이 아니게 된다면서 "모든 핵의 포기가 아니라, 미국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핵군축을 목표로 하겠다는 뜻이 된다"고 했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나 한국으로 전략무기 반입을 완전히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북한 언론은 북미 정상이 합의한 비핵화는 '한반도의 비핵화'이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주변에서 모든 핵위협 요인을 제거한다'는 뜻은 미국의 핵우산도 모두 철거하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핵군축 협상이 된다면 한국과 일본을 사정거리에 두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당분간 그대로 있을 우려가 크다"고 했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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