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정치권에 발을 들인지 43일 된 정치 신인이 제1야당을 이끄는 당대표가 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의 이야기다. 명실상부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혀온 만큼 그는 짧은 기간 안에 당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말하자면 '초고속 승진'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당 입장에서도 황교안을 대표로 뽑은 것이 '성공'한 작전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20년간 공직생활만 해온 황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끝낸 후 지지자들에게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9.01.29 kilroy023@newspim.com |
◆ 학창시절부터 '보수'를 뼛속 깊이 새긴 황교안…공안검사로도 이름 날려
1957년생인 황교안 대표는 경기고등학교 72회 졸업생이다. 당시 동문으로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故) 노회찬 의원 등이 있다. 동창이지만 세 친구의 길은 명확히 달랐다.
노 의원이 이 의원과 함께 반 유신 유인물을 뿌릴 때 황 대표는 학생회 대신 만들어진 '학도호국단'의 연대장을 맡았다. 그 길로 황 대표는 공안검사의 길을 걷게 됐다.
황교안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연수원 13기를 거쳐 1983년 청주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 공안 1·3과장과 서울지검 공안 2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내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공안검사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칼(KAL) 폭파범 김현희 조사, 임수경 밀입북 사건 수사,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수사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또 2013년 법무부장관 재직 당시에는 이석기 내란음모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88년에는 공안수사의 지침서라고 불리는 '국가보안법 해설'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는데 그때 그에게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부천=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자가 15일 오후 경기도 부천 OBS경인TV에서 열린 첫 번째 TV토론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2019.02.15 |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총애 한 몸에…"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
황교안 대표의 '초고속 승진' 이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내각으로 있었던 황 대표는 그때도 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초고속 승진을 했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1년 부산고검 검사장을 마지막으로 검사복을 벗었던 그를 2013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그리고 2015년 6월에는 제44대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2년 만에 변호사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다시 국무총리로 발탁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황교안 대표를 총애했던 것은 그의 정치적 색채와 공안검사로서의 활동 이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업무스타일이 '충실한 공무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황 대표를 전형적인 공무원으로 기억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보고서의 단어 하나까지 청와대의 구미에 맞게 작성을 해왔다는 것.
이 관계자는 "당시 법무부에서 전화가 자주 걸려왔는데, 청와대에 보고할 보고서의 단어 하나를 변경하는 것 까지도 의중을 물을 정도였다"면서 "주도적으로 일을 하기 보다는 시키는 일을 잘 해내는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점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성남=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19.02.22 kilroy023@newspim.com |
◆ 홍준표 "반듯한 공무원이지만 정치인은 아니다"…총선 승리까지 리더십 발휘할 수 있을까
충실한 공무원에 가까운 그의 성향은 정치인으로서는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당장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제1야당 당대표로서는 더욱 그렇다.
황교안 대표와 검사 초임 시절 1년 4개월간 방을 함께 썼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황 대표에 대해 "반듯한 공무원이다. 하지만 정치인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정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 같은 황 대표의 스타일을 비롯해, 지난달 15일 입당 후 경선 과정에서 보여왔던 행보들이 당대표로서 갖춰야 할 유연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와 예전에 있었던 일화들을 생각해보면 너무 반듯하고 꼿꼿한 이미지만 기억이 난다"면서 "이번에 당 대표 경선을 하면서도 여전히 그런 자세가 남아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면 당내 비주류와도 싸워야 하고, 싸운 후에도 서로 껴안고 포용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이런 식이면 당 대표가 돼서 보수 통합과 총선 승리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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