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각종 재판에 개입해 판결 방향을 바꾸고 판결문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5일 임 전 부장판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3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 영장실질심사는 검찰 출신의 명재권 판사가 진행한다. 사진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본관. 2019.01.22 mironj19@newspim.com |
7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임 전 부장판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임 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 기사를 쓴 가토 타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해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반영해 선고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재판에 개입해 판결문을 수정한 혐의와 유명 프로야구 선수의 도박 사건이 공식 재판에 회부되지 않도록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가토 전 지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 기사를 게재하는 등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등의 의혹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로부터 ‘해당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판결 선고 전이라도 기사의 허위성을 밝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건 담당 법관에게 이러한 요청을 반영하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담당 법관에게 ‘판결 이유에 반드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보도가 허위라는 사실을 설시해달라’고 요구하고, 판결하기 전 자신에게 검토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담당 법관은 처음 작성한 판결문을 수정해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지만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법리상 부득이하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일 뿐’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더불어 임 전 부장판사는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 재판에 개입해 판결문을 수정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5년 8월 20일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자 같은 날 담당 법관에게 ‘논란이 있을만한 표현들이 있는 것 같으니 톤을 다운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담당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의 지시를 반영하기 위해 처음 등록한 판결문을 취소하고 수정한 판결문을 재등록했다.
아울러 임 전 부장판사는 유명 프로야구 선수 도박 사건이 정식 재판인 공판절차에 회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담당 판사를 직접 불러 의견을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실제 담당 재판부는 해당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도박죄의 법정형 상한인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임 전 부장판사의 사법농단 사건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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