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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혁 공조 깨지나…바른미래당서 '내부 균열'

기사등록 : 2019-03-1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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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 제안에 "이상한 형태"
"공수처법 등 9개 법안 함께 처리하자"…난감한 바른미래당
김관영 "공조도 중요하지만 당 원칙도 중요"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여야 4당의 공조가 위태롭다. 여야가 각자의 셈법에 따라 완화된 수준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이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

바른미래당이 당내에서 일치된 당론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여야 4당이 공조하는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공조도 중요하지만 바른미래당의 원칙도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바른미래당은 12일 오전 선거제 개혁안 논의를 위해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여야의 공조안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부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3.12 yooksa@newspim.com

손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해야지 의석 수를 계산해 이상한 형태로 바꿔놓겠다고 한다"면서 "또 내년 총선에 맞춰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해 이달 18일까지는 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하는 건데, 여기에 모든 것을 얹혀놓고 흥정하려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4당과 선거제 개혁안 합의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저격한 발언이었다.

앞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되 완화된 수준을 요구했다. 여야 3당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 수를 배분하는 온전한 형태의 연동형 비례제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를 제안했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는 전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눠 해당 권역의 인구 수에 비례해 의석 수를 정한 뒤, 해당 권역에서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 수를 다시 정당에 배분하는 형태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 비례대표제를 확대할수록 의석수 확보가 불리해진다. 이에 단점을 최소화 하기 위해 완화된 수준의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를 제안한 셈이다.

일단 민주당은 야3당의 요구대로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대신 민주당이 원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사법개혁안, 국정원법 등의 법안도 같이 패스트트랙에 태워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이 같은 셈법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바른미래당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과 달리 바른미래당은 보수야당의 입장이다. 당초 선거제 개혁을 바라보고 여야4당 공조에 뛰어들었지만, 민감한 법안인 공수처법이나 국정원 개혁에 관한 법률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흘러가자 내부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정부여당에서 내놓은 선거구제 개편안은 반쪽 짜리 연동형 비례제"라면서 "이렇게 누더기형 선거법 제도를 쟁취하려고 우리 당이 싸워왔나. 그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여당 술수에 여타 법과 연계해 패스트트랙을 올린다는 점은 받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건 술수"라면서 "(민주당 안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우리당 기존 노선"이라고 꼬집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민주당이 제안한 방안을 중심으로 협의하되,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여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며 민주당 안에 대한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주당 안이 상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제의 원형을 관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같이 연계 대상이 되는 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야당이 주장한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도 관련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 제1소위원회에서 김종민 소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1.22 kilroy023@newspim.com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4당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공조도 중요하긴 하지만 바른미래당이 그간 각종 협상에서 임했던 원칙도 지켜야 한다"면서 "원칙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장 15일, 늦어도 18일 이내에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 세부 내용을 합의해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번주 중 결론은 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후 여야 4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들이 선거제 개혁안 합의를 위해 회동에 나섰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헤어졌다.

jh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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