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영국 하원이 12일(현지시간) 실시한 2차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부결되자 영국 정치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하원이 오는 13~14일 표결에서 '브렉시트 연기'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지만, 연기만으로 현 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 1차 투표와 마찬가지로 세자릿수 표차 부결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오후 하원은 메이 총리가 마련한 '안전장치(백스톱)' 수정안 등 브렉시트 합의안을 놓고 표결을 실시, 찬성 242표 대 반대 391표로 부결시켰다. 149표차로 거부된 셈이다.
하원의원 전체 650명 가운데 전통적으로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 신페인당 7명과 하원의장 등을 제외한 633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지난 1월 1차 승인투표 당시 부결 표차(230표)보다 크게 줄었지만 세 자릿수 표차가 유지됐다.
메이 총리의 집권 보수당과 연정 파트너 민주연합당(DUP) 등 여당에서 85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보수당의 이탈표는 75명으로, 대부분이 유럽연합(EU) 회의론자들인 브렉시트 강경파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
◆ 안전장치 수정에도 강경파 반대표
이번 표결 결과는 영국 정치 내부에서 브렉시트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날 메이 총리는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이전 합의안에서 가장 논란이 된 안전장치의 수정에 합의해 승인투표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안전장치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국경간 엄격한 통행·통관, 즉 '하드보더'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 안전장치는 오는 29일 브렉시트 이후 시행되는 전환기간(2020년 말)까지 EU와 영국이 무역 등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안전장치 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된다.
이런 내용의 안전장치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보수당과 연정을 구성중인 민주연합당(DUP)의 반발을 샀다. 강경파는 합의안에 영국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를 때까지 사실상 영구적으로 관세동맹에 갇힐 수 있다고 반발하며 1차 승인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메이 총리와 융커 위원장이 합의한 안전장치 수정은 안전장치에 대한 법적 구속력있는 변화를 갖게한 것이 특징이다. EU가 영국을 무기한 안전장치에 두려고 한다면 영국이 중재패널을 통해 안전장치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상이 영국이 EU 동의없이 안전장치를 벗어날 수 있는 국제적인 합법적 수단은 없다는 법률 검토 결과를 내놓자 강경론자들은 2차 승인투표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강경파들은 안전장치가 발동되면 1~2년 내에 종료할 수 있는 시한을 요구했다.
이날 2차 승인투표가 부결된 가운데 관심은 오는 13일과 14일 각각 예정된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없이 EU 탈퇴)' 여부와 브렉시트 시점 연기 여부 투표에 쏠려있다.
◆ 연기해도 5월 유럽의회 선거전까지 최대 2개월
우선 노딜 브렉시트는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 강경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렉시트 시점 연기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시점 연기로 정국 혼란 해소를 보장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선 시점 연기는 5월 유럽의회 선거(23~26일) 전까지로 2개월간 단기간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영국이 선거 전에 EU를 떠나지 않는다면, 영국은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영국은 브렉시트 결정으로 오는 5월 개최되는 유럽의회 선거를 치르지 않을 방침이다. 따라서 선거 이후까지 브렉시트를 연장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이 기간 제 1야당인 노동당 등이 요구하는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도 쉽지 않다. 두 번째 국민투표를 개최하는 데는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연기 뒤 메이 총리가 다시 EU와 재협상을 벌여 3차 승인투표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날 표결 직후 EU는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또 세 자릿수 부결 표차 등 이날 표결 결과를 살펴보면 3차 승인투표에서 메이 총리가 승리할 가능성은 작다.
정국 혼란을 타개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FT는 내각 일부 장관들은 메이 총리가 사퇴해 강경파에 자리를 내줘야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소재 의회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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