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부동산 펀드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 자금을 손에 쥐고 있지만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투자자들과 약속한 폐쇄형 펀드의 투자 완료 시점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실탄을 쏠 만한 자산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매니저들의 얘기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6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미국 폐쇄형 부동산 펀드가 보유한 현금 자산은 최근 333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12년 1340억달러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2013~2014년 사이 출범한 펀드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과 3~5년 이내에 투자 자금의 집행을 완료한다는 합의 하에 운용하고, 때문에 마감 기한이 가시적인 거리로 다가왔지만 펀드 매니저들은 뭉칫돈을 쥔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프레킨이 실시한 조사에서 부동산 펀드 운용자들의 68%가 매력적인 투자 자산을 발굴하는 일이 1년 전에 비해 훨씬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이후 과거 10년 동안 미국 부동산 시장이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인 데 따라 펀드의 목표 수익률이 높아졌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의 하강 기류가 확산, 자금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관련 펀드의 고객들은 대부분 연기금과 국부펀드, 대학 기금 등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이다. 부동산 시장의 한파는 이들 큰 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펀드 업체가 정해진 시한 이내에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상환하거나 시한을 연장한다.
최근 들어 펀드 업체들은 현금 자산을 소진하기 위해 은행권 대출을 내지 않고 전액 현금으로 매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독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부동산 투자 펀드를 모집한 제임스타운 LP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투자 만료 시한을 앞두고 업체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레버리지를 대폭 낮추고 대부분 현금으로 자산을 사들였다.
제임스타운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수 년 전에 비해 금리는 올랐고, 향후 경제 성장 전망은 악화되고 있다”며 “투자 수익률을 올리기는 어렵고 리스크는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펀드가 홍역을 치르는 사이 메가톤급 펀드가 새롭게 등장, 업계 전문가들이 긴장하는 표정이다.
브룩필드 애셋 매니지먼트가 연초 150억달러 규모의 폐쇄형 부동산 펀드를 모집했고, 블랙스톤은 200억달러짜리 펀드를 출범시켰다. 론스타도 30억달러 규모로 최근 부동산 펀드를 모집했다.
이들 업체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해외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투자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 업계의 호시절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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