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프랑스 명품 업체 루이비통이 최근 발행한 이른바 ‘서브 제로’ 회사채가 가방보다 높은 인기를 끌어 주목된다.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손실이 보장된 3억 유로 규모의 마이너스 금리 회사채 발행에 무려 6배를 웃도는 입찰 수요가 몰린 것.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루이비통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독일 국채와 글로벌 기업들의 서브 제로 채권 발행에 투자자들은 ‘없어서 못 산다’는 반응이다.
지난 2016년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 및 거래되는 채권이 외형을 확대했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따른 일시적 시장 왜곡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ECB가 지난해 12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 가운데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이 10조달러 선을 회복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현지시각) 특히 마이너스 수익률의 회사채가 늘어나는 것은 유럽을 중심으로 신용시장의 극단적인 쏠림 현상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연초 채권시장 랠리를 놓친 펀드매니저들이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리스크가 높은 베팅에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서브 제로 채권이 10조달러로 불어난 사이 우량 회사채와 정크본드의 발행 금리는 도미노 하락을 연출하는 상황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석유업체 토탈이 전날 1.75%의 저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했고, 투기등급의 자동차 배터리 업체 파워 솔루션스도 최근 7년 만기 회사채를 4.375%에 발행했다.
앞서 유니크레디트의 영구채 발행에 50억유로에 달하는 입찰 수요가 몰렸다. 영구채는 원금 상환 없이 일정 규모의 이자만 영구적으로 지급하는 채권이다.
미국을 필두로 각국 중앙의 온건한 정책 행보와 국채 수익률 하락은 서브 제로 채권의 몸집을 더욱 크게 불리는 요인이다.
경기 한파에 대한 경고가 확산될수록 안전자산 수요가 상승,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우량채에 자본 차익을 겨냥한 투자 자금이 밀려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 4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는 2.2%로 하향 조정됐다. 대규모 세금 인하 효과가 희석된 가운데 주요국 경기 둔화로 미국 경제 성장을 추가로 압박할 전망이다.
ECB가 금융권 유동성 공급 및 금리인상 연기 의사를 밝혔고,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예상밖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밖에 브라질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낮춰 잡는 등 곳곳에서 금리 하락 신호가 포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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