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김세원 기자 = 3월 3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출구조사 결과 1위를 차지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후보는 30.6%의 득표율로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페트로 포로셴코(53)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17.8%의 득표율을 얻었다. 율리야 티모셴코(58) 전 총리는 14.2%의 득표율을 얻어 3위에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50% 이상의 득표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우크라이나 선거법에 따라 오는 21일 상위 득표자 2명인 젤렌스키와 포로셴코 대통령 간의 결선 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기존 정치인에 환멸 느낀 유권자, 경험 전무한 정치신예 선택
외신들은 38명의 대선 후보를 제치고 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 출신의 젤렌스키가 일으킨 돌풍에 주목했다. AP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가 우크라이나 정치 시스템에 새로운 피 수혈을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후보는 국가의 부패를 비난하는 영상이 화제가 돼 선생님에서 대통령이 된 스토리의 TV 시트콤 "국민의 종"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젤렌스키는 선거 공약에서도 부패 척결을 우선순위로 내세워왔다. 그는 부정부패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평생 동안 공직 생활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후보는 투표장에서 나오면서 "새롭고 평범한 삶. 바로 부패와 뇌물이 없는 삶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젤렌스키의 지자들이 그가 드라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부정부패와 맞서 싸워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권자 타티니아 진첸코(30)는 "젤렌스키는 드라마에서 진정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이번 선거에서 단점이 아닌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 기존 정치 엘리트 층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모으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가 나온 뒤 기자들에게 "위대한 승리를 향한 첫걸음에 불과하다"며 1위를 차지한 소감을 밝혔다.
5년 전 당선된 포로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러시아 정교회의 관할에서 벗어나 독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그의 임기 시절 우크라이나가 경제난에 빠지고, 국민 생활 수준이 급격히 하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와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동부 지역을 되찾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결과 발표 후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노선을 굳건하게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감사한다"면서 이번 결과를 "당국에 대한 냉정하고 비판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세 번째 대선 도전에 또다시 고배를 마신 티모셴코 전 총리는 이번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출구 조사 결과를 부정했다.
한편 1차 투표의 결과는 현지시간으로 1일 늦은 시각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saewkim91@newspim.com